‘일본 호러 걸작선’에는 괴담소설에서 환상문학까지, 일본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일본 공포 문학만의 독특한 매력과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쓰메 소세키, 사카구치 안고 등 국내독자에게도 널리 알려진 친숙한 작가들의 친숙하지 않은 공포 소설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널리 소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독자들에게 열렬한 찬사를 받고 있는 유메노 큐사쿠, 오카모토 기도, 이즈미 교카 등의 일본 공포 문학의 대가들이 선보이는 독특한 공포의 세계도 국내 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선혈이 낭자하고, 눈 돌리는 곳마다 귀신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는 ‘드러내기’ 식의 공포를 느끼게 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괴하고 환상적인 배경,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서서히 죄어오는 공포의 그림자 등 등장인물의 공포감을 마치 자신이 체험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읽는 이의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게 만드는 이러한 일본 호러 특유의 공포는 이책을 읽는 독자들을 오싹하고 소름이 끼치는 원초적 공포의 세계로 안내한다.
독자들은 괴담소설부터 환상문학까지 이어지는 일본 공포 문학의 계보를 만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초창기 공포 문학 작품에는 민간에서 구전돼 오던 민담, 설화, 전설 등을 골자로 한 괴담 소설(쓰가데이쇼 ‘구로카와 겐다누시 이야기’, 우에다 아키나리 ‘기비쓰의 생령’)이 있다.
괴이하고 오싹한 민간괴담 속에 작가의 주제의식이 녹아들어 있는 이러한 작품들은 후대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이후 일본 공포 문학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주류 문학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 안에서 자신의 문학적 탐구를 계속해 나간 일본 작가들의 치열함이 오늘날까지 일본 문학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음을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