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트’와 ‘친구’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유오성이 3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유오성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강원도판 친구라는 평을 받고 있는 ‘감자심포니’다.
강원도 영월을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지난 11월 17일 제4회 한불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형과 부모를 사고로 잃은 후 몇 년간 자취를 감췄던 전설적인 주먹 백이(이규회 분)가 어린 딸과 함께 고향에 돌아온다. 지역 폴력조직 보스이자 고등학교 시절 백이의 주먹 라이벌이었던 진한(유오성 분)은 자신을 퇴학시켰던 학교에 장학금을 기증해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학창시절 백이와 함께 주먹 좀 쓰며 돌아다니던 친구들은 사라졌던 친구의 귀향을 온 맘으로 반기지만 이들의 만남이 깊어질수록 자신들의 청춘을 가위눌렀던 공통의 기억들이 신음처럼 터져나온다.
약속을 어기고 떼거지로 몰려나와 백이와 친구들을 무릎 꿇렸던 진한 같은 인간이 대접받고 잘 나가는 세상,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며 살기를 거부하는 백이, 더 이상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보이지 않는 백이에게 실망하는 친구들, 백이가 사랑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여자, 이 여자가 끌어안는 세상의 법칙. 그리고 전국구 조폭과의 갈등에 휘말리는 진한.
아늑한 자연의 품에 안긴 강원도의 카지노 마을에 치명적 정념의 드라마가 기지개를 켠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교향악(심포니) 형식을 따라 구성됐다. 단일한 이야기지만 악장이 바뀜에 따라 달라지는 독특한 템포와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아다지오라는 음악기호가 붙은 2악장에서는 전형적인 비극의 리듬과 분위기를, 스케르쪼라는 지시기호가 붙어있는 3악장에서는 전형적인 코미디의 리듬과 분위기를 보여준다.
장르적으로도 액션, 느와르,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들의 전통들이 섞여있는 독특한 조합을 보여준다. 끝없이 관객들의 예상을 벗어 나가며 웃음을 기대했던 곳에서 심각한 갈등을, 갈등의 무서운 결과를 기대했던 곳에서 소탈한 웃음과 가벼움을 보여주며 자유롭게 흘러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