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로 상승 주가를 달리고 있는 하지원과 백만불짜리 눈웃음을 간직한 김재원의 코믹 발랄한 영화 ‘내사랑 싸가지’.
다방면으로 열과 성의를 다하는 편이나 공부에 관심도, 자질도 없는 무늬만 고등학교 3학년 하영(하지원 분). 백일 기념일에 연하 남친에게 채이고 돌아오던 하영, 빈 콜라캔 하나가 눈에 띄자 젖 먹던 힘까지 실어 ‘뻥’하고 내지르는데 그게 싸가지 명품족 형준(김재원 분)의 차, 그것도 하필이면 외제차에 맞게 된다. 하영은 300만원을 물어내라는 형준을 뒤로한 채 현장에서 신속하게 도망가 뺑소니에 성공한다.
형준을 따돌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형준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알고 보니 하영이 지갑을 흘리고 간 것이었다. 학교까지 쫓아온 형준에게 하영은 몸으로 떼우기로 결심, 유효기간 100일의 노비문서에 서명한다. 이후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형준의 호출이 시작되고 하영은 집청소, 쇼핑도우미, 레포트 작성과 세차, 잔심부름에 이르기까지 공부보다 더 못할 짓에 직면한다.
300만원을 떠올리며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던 하영에게 운명의 날이 찾아온다.
형준의 차 범퍼에 난 자국이 단돈 1만원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 하영은 순식간에 불쌍한 노비에서 복수의 여신으로 돌변, 형준의 애마를 처단하는 것부터 시작해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승리의 희열도 잠시, 그녀의 집에 말끔하고 단정한 차림의 과외선생이 찾아오니 그는 다름 아닌 ‘싸가지’ 형준이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제자와 과외선생의 합법적 관계 하에서 형준의 범상치 않은 ‘노비’ 교습법이 시작되고 둘이 점점 사랑이 싹틀 무렵 형준의 못된 짓을 알아버린 하영의 부모가 둘 사이를 갈라 놓게 된다.
형준의 집에서 열심히 청소하고 빨래하고 수고했다고 준 돈을 받아들고 나와 승강기를 탔는데 그 동네 주민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장면과 형준이 다니는 대학교에 아기 인형을 업고 찾아가 망신을 주는 장면, 하영의 대학 합격자 명단을 몰래 빼놓고 합격증을 주는 장면은 뭉클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상큼한 하지원과 보기만 해도 훈훈한 김재원의 ‘내사랑 싸가지’를 보며 추운 겨울 따뜻한 방안에서 큰소리내어 웃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