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딸, 아빠의 친구와 예기치 않은 로맨스를 그리는 영화 ‘페어러브’.
50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사진기 수리공 형만(안성기 분). 어느날 형만의 전 재산을 들고 도망갔던 친구가 자신의 딸 남은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한 채 죽는다.
형만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아가씨가 된 남은(이하나 분)의 모습에 놀라지만 일주일 사이에 아빠와 아빠보다 더 사랑한 고양이를 잃고 슬퍼하고 있는 남은을 가끔씩 돌봐주기로 한다.
외롭게 큰 남은은 50이 넘도록 솔로로 남은 형만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형만의 빨래를 핑계 삼아 잦은 만남을 갖게 되면서 당돌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형만도 당황스럽지만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이 궁금하다. 이렇게 형만과 남은은 ‘아빠 친구’에서 ‘오빠’가 되고 둘은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데이트를 시작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페어러브’는 상황만 놓고 보면 파격적일 수 있지만, 영화는 아기자기하다.
남은은 빨래를 잘 한다며 아저씨를 꼬시고, 형만은 오빠라고 부르라며 세대차이를 좁히려 애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이처럼 50대 노총각에게도 20대 여대생에게도 찾아온 첫사랑 앞에서 이들이 주고 받는 말과 행동이다.
20대 여대생은 ‘아저씨 예뻐요’라며 아저씨를 놀리고 50대 노총각은 ‘딸과 연애 하는 것도 아닌데 챙겨줘야 할 게 많다’고 투덜대면서도 그녀를 위해 불꽃놀이를 준비한다.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이들의 연애를 보며 피식 웃지 않을 수 없는 순간, 이 영화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오랜만에 멜로영화의 주인공이 된 안성기가 ‘중년의 남성임에도 이토록 귀여울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신세대 배우 이하나는 국민배우 안성기의 타이틀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아저씨를 들었다 놨다 하는 당찬 연기를 선보이며 사랑스런 배우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