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가 가는 곳마다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경기도민들에게 김 후보는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 김문수가 아닌 경기도지사 김문수 일 뿐이었다.
선거운동기간 마지막 주말인 지난 29일, 이번 주말이 6.2지방선거의 당락을 가를 최대 변수인 부동층 잡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김 후보의 유세는 뜨겁게 진행됐다.
김 후보가 이날 첫번째 유세장으로 꼽은 곳은 성남의 모란시장.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성남에 도착한 김 후보는 모란시장 골목을 통해 유세장으로 향했다.
평소 도민을 찾아가는 도지사를 자처하는 김 후보지만 시장 방문때 만큼은 찾아가는 도지사가 아닌 끌려다니는 도지사가 되곤 했다. 열띤 사인공세와 함께 이리저리 손을 잡고 끌려다니는 통에 김 후보는 2~3분이면 나올수 있는 거리를 10분 이상씩 걸리기 일쑤였다. 덕분에 시장 골목 한번 지나가면 한끼 식사가 해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날 역시 이른 시간임에도 꼬치를 비롯해 순대볶음까지 상인들은 김 후보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려 아우성이었다.
겨우 시장골목을 빠져나온 김 후보는 10시반으로 예정돼있던 유세시간이 지났음에도 자신을 알아보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는 유권자들을 차마 떨쳐내지 못했다.
계획된 시간을 약간 넘긴 시간에 시작된 유세에서 김 후보는 “대학교 1학년 광주대단지시절부터 이곳 성남에서 생활했다”며 성남과의 인연으로 운을 뗏다.
김 후보는 “국가 소유의 숲속 산비탈에 판자촌에서 버림받았던 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를 만들어냈다”며 “성남시민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이라며 성남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평소 후보들이 유세를 하면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던 상인들이 오늘은 달랐다. 한 상인은 “반대편에서는 하나도 안들린다”며 스피커 음량을 키워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11시로 예정된 유시민 야4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유세로 인해 김 후보측과 유 후보측이 길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후보의 유세도 강도가 세질 수 밖에 없었다.
김 후보는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공항을 만들 당시 이를 반대하던 이들은 다 어디갔냐”며 “여주 시민들 95%가 찬성하고 있는 남한강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여주시민들이 아닌 사사건건 시비거는 반대세력이 와서 데모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또 “북한같은 국제적으로 가장 실패한 집단에 대해서는 비판 한마디 못하면서 잘하고 있는 대통령만 비판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저렇게 북한 좋아하는 사람들은 북한으로 보내 그곳에서 통일도 시키고 낙원도 만들라고 하자”고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큰절과 함께 유세를 끝냈지만 김 후보는 자신을 붙잡는 유권자들로 인해 쉽사리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겨우 인사를 마치고 수원으로 이동한 김 후보는 예정된 11시 반을 넘겨 유세장인 영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애초에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 탓도 있었지만 유세현장마다 김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위기가 좋다보니 유세일정은 자꾸 늦춰져만 갔고 이후 김 후보는 식사시간도 없는 유세 일정을 이어가야 했다.
수원을 거쳐 용인, 오산, 평택, 화성으로 이어진 유세를 끝낸 후 김 후보는 안산에 위치한 대덕전자 기숙사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긴 하루 여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