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 내통한 누군가의 소행으로 판단,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조사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전쟁 초반에 죽은 줄 알았던 옛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되고, 유약하기만 했던 수혁이 중위로 진급해 악어중대를 장악한 모습에 놀란다.
게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민복을 입는 오기영(류승수) 중사, 평안도 사투리를 쓰는 양효삼(고창석) 상사, 10대의 어린 나이에 대위 직급을 단 신일영(이제훈) 등 수상쩍은 병사들의 행동에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애록고지를 놓고 북한군과 뺏고 뺏기는 전투를 반복하며 은표는 악어중대의 과거와 전쟁의 실체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된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고지전’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시작해 미처 다 기록되지 못한 전쟁 속의 또 다른 전쟁, 우리가 몰랐던 한국 전쟁의 마지막 전쟁 ‘고지전투’를 조명했다. 휴전을 목전에 두고 영토 1㎝를 위해 하루에도 3~4회 고지의 주인이 바꿔야 했고, 사람목숨으로 버텨야 하는 공방전을 위해 사상자 수만큼 끊임없이 보충병력이 투입돼야 했던 ‘고지전’
영화는 한국 전쟁 400만 명의 사상자 중 300만 명이 휴전협상이 진행되던 중 중부전선의 고지쟁탈전에서 희생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 번의 전투에서 운좋게 살아남았다 해도 반복되는 전투 속에 참혹한 죽음의 그림자가 계속해 따라다니는 전장의 모습은 어느 전쟁영화 이상으로 전쟁의 참상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또 고지라는 고립된 공간과 끊임없는 전투 속에서 그들만의 비밀을 갖게 된 남북한 병사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총소리, 포화소리 보다 강렬하고 화약냄새보다 더 사람냄새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안정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신하균과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고수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유쾌한 캐릭터를 맡은 류승수와 고창석, 신인임에도 비중있는 역을 소화한 이제훈, 인민군 중대장 역의 류승룡까지 배우들의 호연이 빛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과 드라마 ‘선덕여왕’을 쓴 박상연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고,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