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흉포화되는 범죄속에 조직원을 ‘인질’로 잡는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14일 국가기관 등을 사칭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국내 인출총책 최모(32)씨와 통장모집책 박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송금책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최씨 등은 범죄에 사용할 통장 계좌 개설을 위해 중국에서 위조 주민등록증까지 만들어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출책 일원인 최모(30)씨는 지난달 13일 중국으로 건너가 몸통인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의 수하들과 한달여간 함께 생활했다. 국내 인출조직이 돈만 갖고 잠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총책이 최씨를 인질로 잡아 둔 것이었다. 중국 총책은 국내에서 3~4건의 금융사기로 벌어들인 수익금 수천만원을 계좌로 송금받은 뒤 지난 12일 최씨를 국내로 돌려보냈다.
앞서 한달간은 최씨 친구인 정모(30)씨가 중국에 담보로 보내졌다. 최씨와 정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번갈아가며 중국 총책의 인질로 생활했다.
이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기간 동안 국내 인출총책인 최모(32)씨는 통장모집책 박모(40)·정모(40)씨와 함께 금융사기에 걸려든 피해자들의 통장 계좌에서 돈을 빼내, 중국인 송금책 김모(27)씨에게 넘겼다. 이 기간 확인된 금융사기 피해자만 140명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의 근거지 압수수색에서 ‘동일 인물이지만, 개인정보 내용이 다른 주민등록증’ 24개도 압수했다. 이들 조직이 실제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 조직간 서로 속고 속이는 사례가 빈번하자 조직원을 ‘인질’로 잡아두고 헛튼 짓을 못하도록 했다”며 “보이스피싱도 날로 흉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