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돼지고기 산지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출하에 나선 경기도내 양돈농가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생산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가격 거래속에 양돈농가들이 모돈(어미돼지)을 감축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는가 하면 저가 거래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양돈농가 등에 따르면 소비 부진과 출하량 급증 등으로 현재 돼지 도매가격은 탕박작업(털을 제거한 고기) 기준 ㎏당 2천800원대로 지난해 1월 5천879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일 3천원대가 무너진 데 이어 한때 2천496원까지 폭락하면서 농가들은 생산비 기준 kg당 1천원 이상, 1마리당 평균 10만원 이상의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1천34개 농가에서 173만4천여마리를 키우며 전국 양돈산업의 17.1%를 차지하는 도내 양돈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수요 감소와 돼지고기 가격 상승요인 부재, 재고물량 및 곡물가 상승 등으로 저가 추세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까지 이어지면서 자칫 양돈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정부의 수입산 돼지에 대한 무관세정책도 국산돼지의 가격폭락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돼지고기 가격 폭락으로 고사 위기에 빠진 양돈농가들은 물론 정부와 농협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협은 지난해 9월부터 150억원을 들여 불량 모돈의 감축사업에 나섰고, 양돈농협 7개 단체는 60여억원을 소비촉진기금으로 조성해 위기 타개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도 농협, 한돈협회와 함께 도매시장 수매사업으로 하루 3천마리씩 구매·비축하는 등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에 팔을 걷고 나섰지만 가격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최모(52·평택) 씨는 “돼지는 가격이 떨어져도 제때 팔지 않아 적정 무게를 넘어서면 오히려 더 손해라 안 팔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모든 양돈농가가 죽을 지경으로, 왜 돼지를 키웠는지 스스로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정모(47·용인) 씨는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애지중지하며 돼지를 키워 출하하지만 사료비도 건지기 힘든 실정”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하고는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양돈을 접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수원축협 관계자는 “현재 양돈농가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기존의 한돈 소비 장려캠페인 등은 물론 전체 먹거리산업이 위기라는 생각을 갖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한돈협회는 14일 돼지가격 안정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전국 농가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