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윤화섭(민·안산) 의장이 도의 주요행사를 불참한 채 칸영화제 ‘외유’에 나선 것과 관련해 여론의 지탄이 이어지자 결국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의 내용이 논란을 빚은 ‘거짓 해명’은 쏙 빼놓고 행사 불참과 관련한 변명에 그친데다 비서진을 시켜 5문장, 252자짜리의 사과문 5~6장을 기자실에 놓고 가 진정성 논란마저 거세지고 있다.
윤 의장은 지난 24일 의장비서실을 통해 도의회 기자실에 짧은 사과문을 배포했다.
사과문에는 “지난 20일 경기도와 전라남도의 상생 협약식은 16일 급하게 참석 요청을 받았으며, 이미 계획된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시킬 수 없어 부지사와 사전협의를 통해 부득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행사 불참에 대한 짧은 해명이 담겼다.
당초 논란이 협약식 불참보다는 혈세로 칸영화제 외유에 나섰다는 점, 외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 해명을 늘어놓았던 점에 비춰 이번 사과는 결국 본질을 벗어난 겉핧기식 사과인 셈이다.
윤 의장은 사과문 어디에도 혈세로 외유를 나선 것과 거짓 해명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장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며 의장직을 지키겠다는 뜻만 분명히 했다.
사과문 발표 과정도 무성의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의장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함에도 전후 사정을 배제한 채 직원을 통해 짧은 사과문을 일방적인 배포로 대체한 뒤, 자숙기간없이 주말동안 지역구인 안산에서 열린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지역구를 챙겼다.
이같은 윤 의장의 사과문 발표를 보고 도의회 안팎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의회 새누리당 이승철(수원) 대표는 “의회에 얼굴 한번 비치지 않고 직원을 시켜 브리핑룸에 사과문만 툭 던져놓고 가면 그 누가 사과문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하겠느냐”면서 “윤 의장이 의장직을 내놓지 않는다면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불신임안과 의장사퇴촉구결의안 준비 등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도의회 민주당 김주삼(군포) 대표는 이번 ‘칸 외유’ 파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곤혹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윤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던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에 대한 제정을 촉구하고, 의원들의 관광성 외유를 차단하기 위해 국외여행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지난 2월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의 재추진도 검토되고 있다.
도 집행부 역시 직무상 이해관계에 있는 기관 등과 공무원의 여행을 금지하는 등 공무국외여행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경기도 공무국외여행 규정’을 개정해 다음달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