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종전 뒤 남한에 정착
지금 부인 만나 1남 2녀 낳아
북에 두고온 2남2녀 자녀
63년동안 한시도 잊은 적 없어
“북에 두고 온 자식때문에
하루도 맘 편한 날 없어”
“잘 있었느냐?”
16일 추석을 앞두고 발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김철림(94·구리시) 옹이 63년 만에 금강산에서 보게 될 자식들에게 할 첫 마디다.
현재 북한에서 강원도 안병군으로 바뀐 함경남도가 고향인 김 옹은 1919년생으로 도내에서 선정된 상봉 대상자 30명 중 최고령자다.
6·25 전쟁 당시 인민군에 징집된 김 옹은 공산주의를 거부하는 사람으로 남한과 싸울 수 없어 스스로 손에 총을 쏴 병원에 입원, 거제도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남한에 정착하게 됐다.
1950년을 마지막으로 무려 63년의 세월 동안 북에 두고 온 아들 홍채(당시 9세), 훈채(당시 4세)는 물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덕화(당시 7세), 덕명 등 2남2녀의 소식은 커녕 얼굴조차 잊어버려 아련한 현실이 늘 가슴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
김 옹은 “손자가 이산가족 상봉에 신청했다고 들었지만 선정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다 큰 자식들을 보게 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자식들의 사진조차 갖고 있지 않은 김 옹이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이름과 나이만 확인할 수 있는 족보. 그러나 막내딸 덕명 씨는 족보에조차 기록되지 않아 나이도 모르는 상태다.
종전 이후 지난 1950년대 중반 현재 부인인 이숙자씨를 만나 슬하에 1남 2녀를 둔 김 옹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아들 강석(54)씨와 함께 간다.
김 옹은 “남한에 거주하며 현재 가족과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북에 남겨둔 자식들 생각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면서 “곧 만나게 될 자식들 생각에 이번 추석은 정말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오는 25일 2박3일의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이뤄질 예정이지만 북한에서 상봉 참석자 명단을 제공하지 않아 이북에서 참석하게 될 김 할아버지의 가족은 현재까지도 상봉 예정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