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금강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던 남한 방문단이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와 방문가족 등에 따르면 전날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한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25일 금강산에서 예정됐던 상봉은 무산됐다.
앞서 3일전 행사장에 파견돼 상봉을 준비하던 선발대 75명도 이날 오후 2시쯤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전원 철수했다.
이에 이북에 두고 온 가족과의 만남을 준비하던 도내 이산가족 상봉자 30명과 인천시 10명 등 총 40명은 갑작스런 연기 소식에 실망감을 넘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번 상봉에서 손자를 만날 계획이던 백관수(90·인천) 옹은 “북한을 살살 달래 상봉 행사를 잘 치르는 게 우선 아니냐”면서 “다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산가족 만남 행사가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남측 상봉 대상자 중 도내 최고령자인 김철림(94·구리) 옹은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과 자식을 만날 생각에 일주일 전부터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연기 소식을 전달 받은 가족들은 김 옹이 크게 실망할까봐 여전히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손자 김모(24)씨는 “가족들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할아버지께선 연기 소식을 듣게 되면 큰 충격을 받으실까봐 아직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면서 “조만간 할아버지가 물어보면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또 얼굴조차 보지 못한 헤어진 아들을 만날 예정이던 강능환(92·서울) 옹은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상봉이 연기되게 생겼다니 너무나 섭섭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아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상봉할 수 있게 어떻게 좀 빨리해줬으면 한다”고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통일부는 이번에 확정된 이산가족 상봉단은 여전히 유효하며 상봉이 재개될 경우 사정상 불가능한 방문자에 대한 변동만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