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오키나와현지방본부 단장
“대한민국 정부에서 관리하는 한국인 위령탑 공원 내 비석을 민간단체가 마음대로 옮긴다니, 말도 안되는 얘기 아닙니까?”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만난 박영옥(60·사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오키나와현지방본부 단장은 오키나와 마부니에 있는 한국인 위령탑 공원 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 담긴 비석이 제주도로 옮겨진다는 기사보도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반문했다.
박 단장은 지난 달 3일 ‘렛츠피스’라는 민간단체가 한일공동기구 설립을 통해 발표한 ‘오키나와 한국인 위령탑 이전’ 관련 자료는 사실 무근이며, 지난 2006년 3월 말 외교통상부가 일반에 공개한 ‘오키나와 한국인 위령탑’ 관련 외교문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문서에는 1974년 초 당시 정부가 북한이 오키나와에 2차대전 당시 징용·징병으로 희생된 조선인에 대한 위령탑 건설을 기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먼저 위령탑을 건설하기 위해 펼친 정부의 ‘총력전’이 자세히 나와 있다.
한국인 위령탑은 1974년 10월 30일 오키나와 현청으로부터 탑 건립허가를 취득, 당시 발족된 동경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윤달용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가 주도해 성금, 기부금 형식으로 건립금을 모아 세웠으며,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10만 달러를 후원받았다.
그는 “위령탑 준공 후에도 민단과 오키나와현 측의 계속된 노력으로 1978년 2천115.7㎡(640평) 규모의 한국인 위령탑 공원 부지가 대한민국으로 기부돼 등기부등본상 현재 우리나라 토지로 돼 있다”며 “일본 최남단에 대한민국 토지가 있고, 그곳에 한국인 위령탑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자랑스러운 일인데, 이를 왜 옮기려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특히 이러한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민단과 교민은 물론 오키나와현 현지인들도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으며, 정부가 나서서 이전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빚어지고 있다.
박 단장은 “최근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까지 벌어져 무척 당황스럽다. 한국인 위령탑 공원 부지가 대한민국 정부 소유가 되는 과정에는 오키나와현 현 정부와 주민들의 도움도 있었는데, 이제 와 이를 무시하고 한국 땅으로 이전해 간다면 누가 가만있겠는가. 이는 민간차원에서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단장은 언론기관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그는 “확인 절차 없이 정체도 알 수 없는 민간단체가 만든 자료를 공신력 있는 일부 언론기관에서 기사로 다뤘다는 부분에 실망감이 매우 크다”며 “민감한 시기에 국익 차원에서도 렛츠 피스뿐 아니라 언론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