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담합을 통해 거의 전 구간을 나눠먹기식으로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포스코 건설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까지 벌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에 가담한 대우와 현대, SK, GS건설 등 21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천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사를 낙찰받은 15개 건설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제재대상에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물산, SK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 8곳이 포함됐고, 조사과정에서 하드디스크 교체와 내용삭제 등으로 조사를 방해한 포스코 건설에는 과태료 1억4천5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1개 건설사는 2009년 1월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발주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에서 공구별로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낙찰액을 높였다.
이런 방식으로 입찰 담합이 이뤄진 공사구간은 전체 16개 공구 가운데 206공구를 제외한 15개 공구에 달했다.
대우건설과 SK건설,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5개 대형 건설사는 각자 1개 공구씩 입찰하면서 서로 한곳씩 다른 대형 건설사의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출혈경쟁을 피했다.
들러리 업체들은 일명 ‘들러리설계’ 또는 ‘B설계’로 불리는 낮은 품질의 설계서를 제출해 상대편의 낙찰을 도왔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각각 진흥기업과 태영건설을 들러리로 세워 두 공구를 낙찰 받았고,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은 두 공구에서 맞교환 방식으로 서로 들러리를 세웠다.
중견건설사들은 대형사가 입찰에 참여한 8개 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공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를 미리 짰다.
이런 담합의 결과로 입찰에는 공구마다 각각 2개 컨소시엄만이 참여, 공구별 낙찰자가 중복되는 일도 나타나지 않았고 예산금액 대비 낙찰금액은 평균 97.56%에 달했다.
공정위는 건설사들이 경쟁 회피 목적으로 개별 모임이나 유무선 연락을 통해 사전합의를 이룬 사실을 밝혀내고 업체별로 7억8천만∼1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대우건설이 160억원으로 액수가 가장 많았으며 현대건설(140억원), 현대산업개발(140억원), SK건설(127억원), GS건설(12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시의회는 그동안 2호선 건설 공사의 낙찰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들어 담합 의혹을 제기해왔다. /김상섭·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