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4명과 실종 282명 등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고, 하던 일과 하기로 했던 일을 취소·연기하는 등 대한민국이 멈춰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틀째 수색이 진행 중인 ‘세월호’ 침몰 현장을 찾아 구조를 독려하고 나서는 등 “살아서만 돌아오라”는 전 국민의 염원 속에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 사망자 14명…대부분 단원고 학생
이날 오후 9시 50분 현재 사망자는 1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유전자 검사까지 거쳐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선사 직원 박지영(22·여) 씨,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권오천·임경빈 군, 인솔교사 최혜정(24) 씨 등 5명이다.
나머지 사망자는 단원고의 박성빈(18·여)·이다운(18·남) 학생, 교사 남윤철(35) 씨, 승무원 김기웅(28) 씨로 추정된다.
현재 박 양 등 4명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9시50분 현재 중앙재난대책본부가 파악한 ‘세월호’ 탑승자는 475명이며, 179명이 구조됐으나 282명은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 “한 명이라도…” 수색작업 지연
오후 들어 기상악화로 구조·수색작업이 중단돼 실종자 가족들이 애를 태웠다.
해경 등은 17일 아침 일찍 사고해역에서 171척과 항공기 29대, UDT 등 특공대 잠수부와 민간 잠수부까지 총동원해 사고해역에서 선체 내부 접근을 시도했지만 조류가 빨라 진입이 쉽지 않았다.
오후 들어서는 날씨가 더욱 나빠져 구조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더욱이 선체 공기 주입 작업 역시 선체진입이 어려워져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
오후 3시쯤에는 구조작업을 벌이던 민간잠수부 3명이 빠른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20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오후 2시 기준 주변 바다의 파도가 최대 1.2m로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높아졌고 바람도 초속 10.2m로 오후 6시까지도 수색이 중단된 상태다.
■ “살아있다는데…” 극에 달한 분노
실종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속한 구조작업을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생존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 체육관을 방문해 탑승객 가족을 위로하고 “최선 다해 세월호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실종자 가족들은 “도대체 구조 현장에서 정부가 하는 일이 뭐냐”고 따지면서 “해양경찰청장은 500명의 잠수부들이 투입돼 수색·구조하고 있다는데 실제 우리가 사고현장에 목격한 사람은 별로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전날 밤부터 ‘선체 내 생존자가 있다’는 내용의 SNS 메시지가 나돌면서 가족들이 크게 술렁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17일 새벽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 체육관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둘러싸고 물병을 던지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 취소·연기…멈춰선 대한민국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참사로 대한민국이 멈췄다. 하던 일과 하기로 했던 일을 취소·연기했다.
하루가 멀다고 험한 말을 동원해 아귀다툼하던 정치권은 입을 닫고 숙연해졌다. 국회 일정을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여야 할 것 없이 6·4 지방선거 경선 일정과 선거 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국회사무처는 직원들에게 음주·골프 자제령을 내렸다.
경기도교육청은 수학여행을 포함한 각종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고, 고려산 진달래축제 전야제(인천), 춘덕산 복숭아꽃축제(부천), 용인에버 벚꽃축제(용인), 광화문 희망나눔장터 및 다문화 축제(서울) 등은 아예 취소됐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연기되는 등 정부 부처의 각종 행사도 ‘올스톱’됐고, 연예계와 체육계도 추모 대열에 동참했다.
■ 지원과 구조에 총력
주저앉아 자녀를 부르는 어머니, 아버지의 절규에 함께 울던 국민들은 단 한 명이라도 무사히 구조되기를 바라며 두 손 모아 기도하며 기적을 바랐다.
포털사이트 다음 희망해에서는 이날 세월호 여객선 피해자를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목표인원인 500명을 초과달성, 전문기관의 심사를 거쳐 본격적인 모금이 시작된다.
전국 지자체들은 너나없이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생수, 모포, 컵라면, 빵, 대용 버너 등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인력 파견도 검토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여객선·유람선 운항 실태 점검에도 착수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48)씨는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떠올리니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시스템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조현황
● 탑승 : 475명
● 구조 : 179명
● 사망 : 14명
● 실종 : 282명
/신재호·김태호·조정훈·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