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친구와 선생님을 잃은 안산 단원고 2학년 생존학생 73명(2명 먼저 복귀)이 사고 71일 만인 25일 학교로 돌아왔다.
학생들이 도착하기 전인 이날 오전 8시부터 단원고 정문에는 교사들과 희생자 학부모 등 50여명이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였다.
오전 8시40분쯤 부모들과 함께 버스 4대에 나눠타고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교문으로 향했다. 단원고 교사들은 학부모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교사들은 학생에게 ‘안녕’ ‘오랜만이야’ 등 인사를 건네며 학생들을 반겼고, 이에 학생들도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등으로 미소와 함께 답했다.
두 달여 만에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들어선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오랜만에 등교한 학생과 부모의 손목에는 모두 같은 노란 팔찌를 차고 있었다. 한 기업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제작한 팔찌로, ‘remember 0416’이 적혀있었다.
남녀 학생 73명이 모두 내리고 상기된 표정으로 정문에 들어서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아이들의 선택이었다”며 “부모들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렵고 불안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는 아이들의 선택을 응원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생존학생 대표 A군은 ‘저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글에서 “저희 모두는 이제 사고 이전으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평범한 18살 소년, 소녀로 대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낭독문을 읽어가던 A군은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라는 말을 읽다 눈물과 함께 울음을 터트렸고, 끝내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교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희생된 친구들의 부모님에게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서로 위로한 뒤 교실로 들어갔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된 학생들은 그동안 안산시의 한 연수원에서 부모와 숙식을 함께하며 치유프로그램을 받아왔다.
/안산=김준호·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