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가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일 행적이 있는 설립자의 동상 교내 설치를 강행했다.
17일 한국외대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외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설립자 동원 김흥배 박사의 동상을 용인 글로벌캠퍼스 명수당 앞에 설치했다.
한국외대는 당초 지난 4월 서울캠퍼스에서 김 박사 동상 제막식을 열려 했으나 일부 동문과 학생들이 친일 행적을 문제 삼아 동상 설치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동상 설치 예정지에서 농성을 하는 등 반발이 거세자 동상을 글로벌캠퍼스에 설치하려 했으나 글로벌캠퍼스 학생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나 학교 측이 방학 기간인 지난 1일 새벽 동상을 기습 설치하고,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학생 등이 철거를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954년 한국외대를 설립한 김 박사는 교육 기반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군복 생산 공장을 차려 납품을 하고 일제 전쟁 지원 단체인 경성부총력연맹 이사를 역임하는 등 친일행각을 했다고 지적을 받는 인물이다.
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의 대표적 상징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학교법인 동원육영회가 학교본부조차 모르게 지난 1일 새벽에 동상을 몰래 설치했다”며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설치 반대를 요구해왔는데 설치를 강행한 만큼 동상 철거를 정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재기자 c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