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최하는 최초의 전국 규모 독서문화예술행사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군포시에서 진행됐다.
군포시민은 당연하고, 안양과 수원을 비롯한 수많은 경기도민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구, 전남 순천시, 경남 함안군 등지에서도 독서대전에 참여하고 관람하기 위해 ‘책 읽는 군포’를 찾았다.
수십만 명의 독서 인구가 즐긴, 짧은 기간의 추억이지만 긴 여운을 남길 이번 책 축제를 되새겨봤다.
‘책’으로 강소도시된 군포, 독서대전 주관
독서의 계절 가을, 독서의 달 9월. 상징적인 말은 많았지만 실제로 9월에 책 읽기를 장려하는 대규모 행사나 축제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3년 전 군포에서 ‘북 페스티벌’이 개최되기 전까지는.
민선 5기 출범과 동시에 ‘책 읽는 군포’를 역점시책으로 추진했던 군포는 2011년부터 매년 가을에 ‘책’을 주제로 한 축제를 개최했다. 지난 3년간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발전한 군포의 책 축제는, 올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서의 계절 축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최하는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군포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전국의 책 읽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개최지 공모에서 당당히 선정된 군포는 자체 책 축제 개최의 경험과 역량을 인정받아 독서대전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중임을 맡기도 했다.
이는 전국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작은 도시 군포가 시정 책임자인 김윤주 시장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지역 작가들과 시민사회까지 모두 합심해 지역 특성을 살린 독서문화운동을 전개해 강소(强小)도시로 성장했다는 공증을 받은 것과 같다.
전국 독서문화계 아우른 최초의 국가 축제
올해 최초로 열린 독서대전은 ‘지금 책 읽는 당신, 책 세상을 연다’라는 책을 테마로 진행된 전 국가적인 행사로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출판·독서계, 교육계, 도서관계, 학계, 시민사회 및 독서진흥 단체, 작가, 아티스트 등이 함께 만드는 종합문화예술 축제였다.
독서의 달 9월에 개최된 만큼 26일의 개막식은 제20회 독서문화상 시상, 제1회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제 시상 등 책 읽기를 장려할 수 있는 뜻깊은 프로그램들로 꾸며졌다.
또한 군포를 포함해 서울 관악구, 경기 파주시, 인천 부평구, 강원 원주시, 전남 순천시, 경남 함안군 등 8개 광역시·도의 총 18개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책읽는도시협의회’를 발족하는 기념비적인 사건도 있었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전국에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한 지자체가 50여 곳에 이르지만, 정책적 공조나 협력이 없어 독서문화 확산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며 “군포에서 개최된 독서대전을 계기로 성사된 책 읽는 도시의 연대는 그래서 더욱 뜻깊고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책 읽는 도시, 책 읽는 대한민국, 책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대의를 쫓아 발족한 ‘전국 책읽는도시협의회’는 앞으로 연 2회 정례 회의를 열고, 범국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나아가 참여 지자체가 주관하는 독서 행사를 상호 지원하고, 지속해서 독서정책을 공유함으로써 협력체계를 유지·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독서대전을 이후 전국 규모의 범 인문독서 네트워크 구축·강화가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뤄져 정부의 책 읽기 문화 확산운동이 탄력을 받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오감을 만족시킨 300여 개의 다양한 체험·전시
‘책’을 주제로 했지만,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도 엄연히 축제이니만큼 즐겁고 흥겨운 프로그램들이 가득했다. 책과 문화예술이 융합돼 시너지 효과도 발생했다.
행사의 개막 첫날에는 EBS의 주관으로 ‘책드림(Dream) 콘서트’가 열려 대표적 현대문학가인 소설가 조정래, 시인 김초혜 부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고, 카라·김태우·유리상자 등이 출연하는 가을밤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달구는 공연도 펼쳐졌다.
축제의 흥겨움과 유익함은 3일 내내 계속됐다. 문체부와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4회 ‘공감포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 경기도 사서협회의 ‘도서관과 장르문학 심포지엄’ 등 대한민국 독서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 토론·학술 분야 행사 또한 연일 이어졌다.
아울러 국내 100여 개의 출판사가 참여한 알뜰 북마켓, 한국소설 1575展, 아시아 100대 스토리展 등 방문객들이 책과 쉽게 친해질 다양한 전시와 재미있는 체험 행사까지 총 300여 개의 부스가 운영돼 방문객 모두가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마법같이 풍성한 책 세상을 만났다.
군포, 대한민국 대표 ‘책의 도시’로 우뚝
한편,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개최지인 군포의 시민이다.
국가적 독서문화행사였지만 집 가까이서 다양한 체험·전시를 경험하는 호사를 누렸고, 최초의 독서대전 개최지로 선정될 만큼 좋은 도시에서 산다는 명예도 얻었다.
더불어 자긍심도 높아졌다. 정부가 직접 지정·선포한 최초의 ‘대한민국 책의 도시’라는 상징성을 군포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나 더 있다.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막식에서 군포는 전국의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을 받으며, 전국에 ‘책의 도시 군포’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럼에도 김윤주 군포시장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김 시장은 “책이 군포시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생활에 더 밀접하게 자리 잡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추진해 군포의 브랜드 가치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책의 수도’로 확립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군포는 이제까지 국내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공립 ‘책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경기 제3도립공원인 수리산을 비롯해 수려한 자연환경이 매력적인 대야동 일원을 ‘책 읽는 마을’로 만들어 작가라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이상향을 군포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책 박물관’과 ‘책 읽는 마을’을 수릿길(걷기 좋은 길)로 이어서 책 문화벨트로 조성하려는 군포.
이러한 군포의 꿈이 이뤄진다면 29만 군포시민만이 아니라 1천230만여 경기도민, 5천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 주관으로 더 큰 발전 동력을 얻은 ‘책 읽는 군포’. 군포시의 대단한 도전, 그 결과가 기대된다.
/군포=장순철기자 j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