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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함께 해준 당신, 사랑해요 고마워요

 

“나만 홀로 남겨두지 말고

얼른 나를 데리러 와요”

76년을 한결같이 사랑한

노부부의 일상과 이별

강원도 풍광과 함께 담아


강원도 횡성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그의 부인 89세 강계열 할머니는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금실 좋은 노부부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가을엔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는 노부부의 일상은 웬만한 20대 신혼부부 버금간다.

장성한 자녀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죽는다.

꼬마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지고, 할머니는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들으며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76년을 연애하듯, 긴 생을 함께 해온 백발 노부부의 한결 같은 사랑과 이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00살이 다 된 나이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하는 부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 근원에는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배려와 그에 따르는 표현이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노부부는 “사랑해요, 고마워요”를 입에 달고 산다. 이러한 진심 어린 배려는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며, 진정한 사랑을 유지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것을 이들 부부는 아주 간단한 삶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노부부의 결혼생활에도 집 앞에 유유히 흐르는 강의 물줄기처럼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이 찾아온다. 남편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 부인은 남편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인다.

“할아버지요, 먼저 가거든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두고 얼른 나를 데리러 와요. 나만 홀로 오래 남겨두지 말고… 우리 거기서 같이 삽시다.”

할머니는 이승 너머 저승에서의 삶에서도 남편과 함께 꿈꾸고 사랑하고 싶어한다. 흔히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라지만,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무엇인지, 노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영화 제작진은 1년 4개월에 걸쳐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고시리 부부의 집을 비롯해 그 집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들 노부부의 일상과 함께 아름답게 담아냈다.

이 영화는 지난 9월 제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먼저 공개돼 영화제 상영 전석 매진은 물론 영화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 관객상까지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내년 1월 27일 개막하는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분에도 초청됐다.

/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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