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안양점이 다음달 2~17일 16일 간 정광희 작가 초대전 ‘대숲에서-선비의 정원에 들다’展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물질문명이 간과하고 있는 정신성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고, 현대인이 상실한 본연적인 삶의 가치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의 설치작품 1점과 회화작품 3점을 선보인다.
서예와 한국화를 전공한 정광희 작가는 문자와 서체에 함축된 사상적 특질과 조형미를 추상적인 패턴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 작가는 장지를 일정한 두께로 접어서 얇고 긴 합판 조각을 감싼 뒤 이를 네모진 형태로 만든다. 그 위에 고서에서 떼어낸 종이를 붙이는데, 이 1㎝ 내외의 조각들을 붙여 하나의 큰 화폭을 구성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얇은 합판 조각이 아닌 150여 개의 거대한 대나무 위에 먹물로 배채한 순지를 입히거나 그 위에 고서를 붙이는 작업을 보여준다.
개개의 대나무는 전시 공간 안에서 숲을 이루는데, 전체적으로 진한 먹물이 상단부로 올라가면서 점점 옅어지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이 설치물을 화폭으로 간주할 때, 대숲은 수묵의 농담으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룬다.
작가는 또 대나무가 상징하는 선비정신에 집중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속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곧은 성정을 지켜내는 선비의 결의, 그리고 비움으로써 더욱 푸르르고 단단해지는 대나무의 속성을 견주어 작업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특히 대숲 사이에는 길 하나가 놓여진다. 삶의 번뇌에 지친 이들에게 사색의 순간을 부여하는 의미지만, 근원적 삶의 터인 자연 안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반추함은 안식의 행위와 더불어 반성적 성찰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그는 “선(線)의 표현 양식으로서 가장 발전된 서예는 그 어떤 선보다도 동양의 정신성과 예술적 조형성을 밀도 있게 함축하고 있다”며 “이러한 서예를 다양하게 활용해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 현대적 시제에 부합한 작업으로 우리의 정신성을 나타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문의: 031-463-2715~6)/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