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전역에 건조특보와 건조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곳곳에서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화재가 발생하면 삽시간에 불이 번질 수 있는 구조로 지어진 도내 수십곳의 아파트 모델하우스(견본주택)의 비상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대형 인명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견본주택은 주로 합판 등 가연성 내장재를 사용해 2층 이상으로 지어져 화재 발생 시 급격한 연소 확대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거의 유일한 대피시설인 비상구는 보여주기식으로 설치돼 있으며 기본적 소화 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29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관련법상 가설건축물인 견본주택은 각 세대에서 외부로 직접 대피할 수 있는 1개 이상의 출구와 직접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이 설치돼야 하며 각 세대 내부에는 2개 이상의 소화기가 비치돼야 한다.
그러나 수원(7곳)·고양(5곳)·평택(9곳) 등 도내 19개 시·군에 설치된 70여 곳의 견본주택의 경우 대부분 화재 발생시 외부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는 단 1곳만 설치해 놓고 있으며 직접 지상으로 나갈 수 있는 계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 각 세대마다 2대 이상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 역시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이는 관할소방서의 건축허가 동의가 없어도 축조 신고만 하면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최근 건조특보 등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 하루 평균 5천~1만여명이 찾는 견본주택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도 예상되고 있는 것.
시민 박모(37·화성시)씨는 “최근 수원과 화성, 용인 등 5~6곳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는데 발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지만 비상구는 단 한곳(출입문)으로만 연결돼 있어 좀 의아했다”며 “평형 별 세대 내부에도 소화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불이라도 나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모델하우스 비상구는 한곳만 설치돼 있지만 화재나 비상 상황 발생시 고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있다”며 “소화기도 모델하우스 곳곳에 여러개 비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는 가설건축물로 소방대상물이 아니다”며 “현재 소방쪽에선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은 없지만 그외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