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의 모양은 부드러운 S자 곡선을 그리며 스프링과 같은 효과를 낸다. 직선일때보다 척추에 실리는 체중이 골고루 분산돼 부담을 덜어준다. 결국 척추의 S 라인은 척추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건강 곡선인 셈이다.
척추의 S곡선 외에도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디스크’다 우리 몸의 기둥이라 불리는 척추는 33개의 뼈로 연결되어 이루어져 있으며 척추뼈사이에는 쿠션 같은 디스크가 있다.
디스크는 타이어처럼 뛰어난 탄력성을 갖추고 있어서 외부로부터의 물리적 충격을 완화해 주고, 뼈끼리 부딪치는 현상을 막아주는 척추의 완충지대이다.
우리 몸의 디스크는 총 23개로 경추 제 1, 2번을 제외한 모든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며 그 생김새는 찹쌀떡과 비슷하다. 디스크는 전후좌우가 튼튼한 인대조직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밀려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척추뼈가 비뚤어진 상태로 오랜시간 지속적인 압박을 받으면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눌려 찌그러지면서 벌어진 쪽으로 밀려 나오게 된다.
밀려나온 디스크는 주위의 신경근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스크’ 즉 추간판 탈출증이다. 한번 밀려나온 디스크는 제 기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본래의 상태로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허리만 아픈 것이 아니라 목과 등에도 통증을 호소한다. 허리 디스크에 대하여 흔히 알고 있는 오해하기 쉬운 건강 정보 몇 가지를 알아봤다.
▶ 나이가 들면 당연히 허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면 모두 허리디스크다? - NO
허리디스크의 대표적인 증상인 허리통증과 다리저림, 마비증상은 다양한 질병에서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척추관협착증이 그것이다.
허리 뼈 사이의 추간판이 밀려나와 신경을 누르는 허리디스크와는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노화에 따라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허리디스크와 유사해 보이지만 치료와 예방법에 차이를 보인다.
또한 여성의 경우 자궁근종에 걸렸을 때 근종의 크기가 커지면 주변의 장기와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때 방광염이나 골반통을 호소하게 되는데 이 통증 역시 허리디스크와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드물게는 급성신경염증의 하나인 길랑바레 증후군도 허리통증 및 하지 무력감을 나타내 의료진도 허리디스크와 혼동하기도 한다.
이렇듯 허리디스크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고 무작정 허리디스크라고 짐작하는 것은 좋지 않다.
허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마사지나 자가치료법으로 넘기기 보다는 정밀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선택해야 더 큰 질병으로 악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허리가 아플 땐 자녀들이 밟아 주는 마사지가 제일 좋다? - NO
간혹 아픈 허리를 밟아 마사지를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허리에 무리한 압력을 가해 허리디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손으로 주무르며 간단하게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한방치료법 중 추나요법 역시 삐뚤어진 척추뼈를 맞추기 위해 특정부위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20~30kg의 무게로 디스크를 강하게 압박하는 경우는 없으며 정확한 위치에 적정한 힘을 사용하는 추나요법과는 다르게 여러 부위를 무작위로 강하게 압박하다 보면 제자리를 이탈한 디스크가 어떻게 잘못될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허리가 아플 땐 푹신푹신 침대에서 자야 통증이 줄어든다? - NO
허리기 아픈 환자들에게 절대적인 고민은 딱딱한 바닥과 푹신한 침대 중 어느 쪽이 통증을 줄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허리가 아팠던 사람들도 각자의 경험이 다르다 보니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하지만 의학적인 견해로 보자면 요통환자에게는 딱딱한 침대나 바닥이 통증감소와 치료에 더 도움이 된다.
너무 푹신한 침대는 척추 곡선을 더 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증상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요를 깔지 않고 너무 딱딱한 곳에서만 잠을 자면 특정 부위가 과도하게 눌리고 허리 주변의 근육이 긴장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 둔부와 어깨가 바닥에 눌리고 그로 인해 척추 부위에 무리를 줘 디스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딱딱한 침대나 바닥에서 잘 때는 몸의 형태를 잡아줄 수 있는 2~5㎝정도 높이 매트리스나 요를 깔고 목의 곡선을 유지 해 줄 수 있는 기능성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 허리디스크가 있으면 절대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 NO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생기면 어떻게 움직여도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허리디스크가 생기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제적인 허리디스크 치료가이드에서는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을 빨리 줄이려면 전문적인 치료와 함께 통증을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자주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척추뼈와 디스크를 잡고 있는 안쪽의 근육과 인대가 수축하면서 스패즘(spasm)현상을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해 척추를 회복시켜야 하는 혈액(영양분과 산소)이 전달되지 않아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의 스패즘 현상을 치료하기 위해 침과 약침을 사용해 굳어진 근육과 인대를 풀어준다. 또한 스패즘 현상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치료 뿐 아니라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자의 적극적이고 반복적인 운동으로 풀어 나가는 것이 좋다.
▶ 허리디스크와 같이 큰 병은 수술해야 완치 된다? - NO
현재까지 발표된 수많은 연구논문들이 밝히듯 허리디스크 발생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2~5% 정도이다. 나머지 95%의 환자는 수술을 하지 않고 보존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허리디스크는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나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환자로써는 일상생활로 복귀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수술적 치료는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허리디스크 수술은 신경이 다발로 지나가는 척추 부근에서 이뤄지는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자체도 매우 위험할뿐더러 수술을 한다고 해도 100% 완치 되는 것은 아니다. 척추의 노화로 인해 발생한 허리디스크는 수술 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수술 후에는 ‘허리수술 후 증후군’ 이라는 만성통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한방 비수술 치료법은 수술 보다는 치료기간이 길게 느껴지지만 허리디스크의 근본적인 원인인 허리 근육 및 인대의 강화와 신경의 회복을 도와 허리디스크 재발을 방지한다. 특히나 한방 침 치료법 중 응급치료법인 동작침법(MSAT)은 20분 정도의 시술만으로 급성요통으로 혼자서 걷기 힘든 환자의 통증을 빠르게 줄여준다.
글/김용 수원자생한의원 대표원장
정리/민경화 기자 mkh@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