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환자 중 일부가 최대 잠복기로 알려진 2주를 훨씬 넘긴 뒤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자 메르스의 잠복기와 격리기간 등이 조정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171번 환자(60·여)와 지난 1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이는 172번 환자(61·여)는 각각 최대 잠복기보다 9일, 8일 가량 지난 뒤 증세가 나타난 환자들이다.
171번 환자는 당시 가족과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14번 환자(35)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은 것으로 보인다.
추정대로라면 이 환자는 바이러스 노출에서 확진까지 23일이나 걸린 것.
증상 발현일을 기준으로 해도 지난 9∼11일쯤 미열이 나타난 171번 환자는 당시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고 다시 발열 증세가 나타난 17일 채취한 검체에서 확진 판정(21일)이 나왔는데 그렇다 해도 최대 잠복기보다 5일이 늦은 셈이다.
또 대청병원 간병인인 172번 환자도 바이러스 노출 후 20일이 흐른 지난 21일이 돼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 환자는 방역 당국이 바이러스 노출 시점을 오판해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상황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는 물론 격리 기간과 병원 폐쇄 기간 등의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잠복 기간을 벗어나 발병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방역망이 뚫렸다는 의견을 받아 치고 있다.
증상이 발현하고 확진까지 시간이 소요된 탓에 메르스가 잠복기보다 늦게 발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서는 “메르스가 최대 잠복기 14일을 지나 발생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평균 잠복기간이 4.7일이라면 14일 후에 발병할 확률이 5% 정도며 5일을 평균 잠복기라고 가정하고 발병 확률이 1% 미만이 되는 시점을 최대 잠복기간이라고 한다면 최대 잠복기를 23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양규원·이상훈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