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 전문 박물관인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혜정박물관에서 보존 중인 고지도와 고문서들이 학교 측의 무관심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혜정(69·여) 혜정박물관 관장은 10일 “박물관 내 수장고 천장에서 물이 새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는 고지도와 고문서에 곰팡이가 피는 등 썩고 있다”며 “독도와 대마도가 우리나라 영토로 표기된 19세기 고지도인 ‘동국여도’에도 습도 조절이 안 돼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물관에 한일 영토 분쟁이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역사적 사료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일동포 3세인 김 관장은 2002년 2월 40년간 사비로 모은 고지도와 고문서 등 유물 26만점을 경희대에 무상으로 기증·기탁해 혜정박물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그는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의 부탁으로 평생 모은 유물을 학교에 기증했지만, 조 박사가 타계한 뒤 건물 유지비나 관리비 등 학교의 지원이 급격히 줄었다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종이류 등은 항온항습이 중요한데 학교 측이 올해 내놓은 관리비는 370만원에 불과했다”며 “보존 유물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인력도 부족해 매번 학교에 직원 증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들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 측은 “수장고는 학교 측에서 항온항습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도에 구멍이 난 것은 벌레 때문으로 소독 작업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관리비 등은 학교가 박물관 측에 지급하는 예산으로, 이 정도 규모면 유물의 적절한 관리 보존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최영재기자 c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