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가 부속 박물관인 국제캠퍼스 혜정박물관 전 관장의 “학교의 관리 소홀로 고지도가 훼손됐다”는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1일 경희대 등에 따르면 학교는 10여년 전 입고 당시 사진을 학보사를 통해 공개, 고지도가 이미 훼손된 상태에서 입고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학교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고지도는 최근 상태와 비슷할 정도로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경희대 측은 “김 전 관장이 언론에 공개한 해좌전도는 박물관에 들어오기 전부터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고 훼손된 상태였다”며 김 관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 전 관장의 문제점 제기 이후 문광부 등에서 8월 두 차례 실사했는데 ‘해좌전도는 입고 전에 훼손된 것으로 보이며 종이류를 보관한 수장고의 상태는 양호하다’는 결과를 전달받았다”며 “유물 훼손은 학교 측의 관리 부실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혜정(69·여) 전 혜정박물관 관장 측은 경희대 주장에 대해 “입고 때는 고지도가 온전한 상태였다”며 “학교는 2003년에 해당 사진을 찍은 게 맞는 지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
또 “두 차례 실사에서 소장 유물이 일부 훼손되고 수장고 일부 누수 흔적 등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내용을 문체부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김 전 관장은 ‘해좌전도(독도가 우리 땅으로 표기된 조선시대 전국지도)’ 등 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유물이 예산 삭감 등 학교의 무관심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김 전 관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기증 유물을 무단 반출한 혐의로 지난달 관장 직위를 해제하고 김 전 관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김 전 관장은 횡령 사실 등에 반박해 지난달 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직위해제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김 전 관장은 2002년 사비로 모은 고지도와 고문서 등 유물 26만점(학교추산 2천699점)을 경희대에 기증해 혜정박물관을 설립한 인물이다.
/최영재기자 c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