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 개인전 ‘짧은 고찰’이 오는 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파주 포네티브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박은혜 작가는 화려한 물감 줄기로 엮인 세상을 그린다. 꿈틀거리면서 화면을 기어 다니는 강렬한 색채들은 사물의 견고한 구조를 단번에 흐물거리게 만들어 버리고, 액체처럼 유동하는 물감들 사이로는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채워진다.
그의 작품 ‘갈증’은 허물처럼 걸려 있는 옷, 낯선 공간을 비추는 거울, 방안을 떠다니는 책과 화병 등을 표현해 우리들이 눈 뜨면 바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떠올리는 환몽(幻夢)을 보여주는가 하면 ‘일상의 문제’는 찻잔과 포트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쌓아올려진 찻잔이 주는 불안함, 들끓는 찻잔이 주는 불길함을 상징, 일상에 안주하지 못하는 작가의 심상을 담았다.
박은혜 작가는 삶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고 이것을 건져 올려 작업한다. 그림은 작가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외부세계와의 갈등, 고립된 내부세계에 침잠된 기운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것들은 일상의 공간, 삶의 이곳저곳에 얼룩덜룩 스며있는 불안으로 표현된다.
그의 개성은 독특한 표현방식에서 비롯 되는데, 서양화와 같이 강한 발색의 색채를 사용하면서도 한지에 자연스럽게 스미는 한국화법을 고수한다.
물기를 머금은 안료가 종이에 스미는 과정에서 화면에 만들어진 얼룩들은 우리 삶의 우중충함, 감정의 습기들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흘러내리는 눈물, 땀, 촛농, 떠다니는 모든 것들, 액화된 기운들이 화면에 고여 만들어낸 듯한 얼룩들은 화려한 색채와 버무려져 강한 진동을 뿜어낸다.
박은혜 작가는 “나의 작업은 근원도 어떠한 목적성도 없는 모호한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다. 무(無)를 향한 존재에 대한 인식은 역설적으로 고유한 존재로서의 실존에 대해 깨닫게 한다”라고 밝혔다. 월요일 휴관.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