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합헌 판정을 받았지만, 원내 1·2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시행령 일부를 완화하라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1일 농·수·축산물만 예외 규정을 둬 선물 가격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해달라는 요구를 에둘러 전달했고, 더민주 원내 지도부는 아예 구체적으로 ‘식사 접대비’ 가격을 올려달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영란법’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제부작용 등을 염두에 둔 듯 “정부와 국회에서는 이 법이 건강한 대한민국의 수호법이 되도록 시행에 따른 민생위축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는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국민의 걱정과 관련해 시행령 정비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가격 기준을 3만원(식사)·5만 원(선물)에서 5만원·1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공식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변재일 정책위의장 역시 “참여정부 시절 (공무원 지침에) 3만원으로 기준을 정했을 때도 버겁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공직사회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언론인·사립학교 등 민간으로 규제를 확대하면서 2003년에 만든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처럼 여야 원내 지도부가 직접 접대에 들어가는 식사와 선물 비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실제 정부가 관련 시행령 개정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헌재 결정 이후 시행령 유지 방침을 더욱 확고히 한데다, 원내 소수당들도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우선 시행부터 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방침을 재확인했고, 정의당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합헌 결정이 난 만큼 우선 시행하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혹여 시행 전 이런저런 부분적 문제로 김영란법 자체를 좌초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김영란법과 관련 시행령에 대해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담배 끊으면 불편하지만 안 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