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인간이 주어진 자연 환경을 변화시키고 조절해 만들어 낸 생활 양식이다. 그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정신적인 창조활동은 물론이고 작가의 내면을 시각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하남에 위치한 공간 이다에서는 개관 1주년을 맞아 작가들의 상상력이 발현된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상상, 이상, 오브제’ 전시를 다음달 16일까지 진행한다.
김주현 작가는 대도시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바람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먼로’ 시리즈를 선보인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바람의 작용과 현상을 통해 그것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한다. 김 작가는 설치 작업으로 비시각화된 바람을 평면에 이미지화하고, 이것을 영상으로 담아 현재 도시에 존재하고 있는 흔적들을 통해 현실을 기록한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공간에 대한 관찰과 탐색으로 시작된 임현채의 ‘The Place’는 공간을 매개체로 사람과의 새로운 소통의 지점을 찾고자 한다.
조현택의 ‘빈집’은 철거가 예정된 전라남도 빈 집의 방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조 작가는 카메라 옵스큐라 장치를 이용해 방 바깥의 풍경을 안으로 끌어와 반대쪽 벽에 외부의 풍경이 비치도록 작업, 실재와 환영, 어둠과 빛, 삶과 죽음의 시간이 꿈처럼 어우러지는 판타지를 시각화한다.
배의 안전 항해를 위해 설치하는 항로 표지인 부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최제헌 작가의 ‘부표’는 사물과 사물을 이루는 공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의 균열들 사이를 부유하면서 그 감각적 움직임을 담아내고자 한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개관전에서는 그동안 전시됐던 작업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작업 바탕에 깔려 있는 흐름들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일상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예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