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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로 풀어낸 시국

답답한 마음 담아 ‘노근란’‘매화나무’ 등 그려
“30년전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군자 택해”

 

홍형표 작가 개인전 수원전통문화관서 27일까지

소란스런 시국이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유쾌하지 않은 뉴스에 국민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역사를 거슬러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 당시, 백성들도 지금과 같은 혼란을 겪었고 미술계에서는 현실을 개탄하는 그림이 등장했다. 뿌리가 노출된 난을 그린 노근란(露根蘭)이 그것이다.

흙에 묻혀있어야 할 뿌리가 밖으로 나와 있으니 잎이 튼튼할리 없고, 이는 고사위기에 처한 현실을 뜻했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와 기득권층의 근본이 바라야 백성이 살기좋은 나라가 된다는 역설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2016년 다시 등장한 노근란을 만날 수 있는 홍형표 작가의 개인전이 수원전통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홍 작가는 근래 떠들썩했던 이슈를 접하고 답답한 마음에 일필휘지로 노근란을 완성했다. 노근란의 뒤엉킨 뿌리는 어수선한 시국을, 힘없이 쳐진 잎은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홍 작가는 이 그림에 고은 시인의 시를 덧붙였다.

‘기어라 네발 짐승으로 기어라/원시반본이거라/달려라 네발짐승으로 달려라/오만한 원시반본이거라/다망친 직립보행 이제 끝장 내버리거라’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시구 곁에 그려진 시든 난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 밖에 홍 작가는 붉고 아름다운 꽃이 열려있어야 나무에 미처 피지 못한 봉오리로 가득한 매화나무를 그려 희망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말하고자 했다.

백두산, 노송도 등 대작을 비롯해 최근에는 대중성을 갖춘 문인화를 그려온 홍형표 작가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군자를 택했다.

홍형표 작가는 “30여년간 한눈팔지 않고 동양화를 그려오다, 근래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있는게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라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먹과 종이에 파묻혀 난을 쳤던 30년전을 되짚고 나를 찾고자 사군자를 그렸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나라에 큰일이 터졌고 답답한 마음을 담아 노근란을 비롯, 매화나무를 그렸다. 뿐만 아니라 전시에서는 30여년 내공으로 완성된 홍 작가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12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그린 가을 국화는 실제 가을에 볼 법한 꽃처럼 거칠고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질 뿐 아니라 그림에 덧붙인 글씨도 거칠게 표현해 통일성을 더했다. 특히 거친 붓터치가 눈에 띄는 그의 작품들은 담백하지만 강하게 그 의미를 전달한다.

홍 작가는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동양화에서는 선 하나에 수많은 의미를 담아야 한다. 따라서 깊이있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라며 “숲에 무성히 자란 풀과 나무들이 무질서한 것 같지만 질서를 갖추고 있듯 동양화 역시 흐트러진 선들 속에 짜임새가 갖춰진 그림이다. 따라서 동양화를 통해 수많은 관계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전시를 통해 동양화의 멋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7일까지 이어진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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