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선정 문화공방
‘창생공간’ 6곳 중 세번째 오픈
“시간과 노동 회복할 수 있는
주제로 ‘발효’ 선택
발효음식 파는 것보다는
제작과정 집중… 주민과 소통”
경부선 철도를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서수원은 비행기 소음과 저개발로 대변되는 곳이다. 이곳은 도시화가 더딜 뿐 아니라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도 거의 없는 지역이다.
이처럼 문화적으로 척박한 서수원에서도 끝에 위치한 서둔동에 문화로 숨을 불어넣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생활적정랩 빼꼼이 그것이다.
범상치 않은 이름이지만 공간의 모습은 의외로 소박하다. 오래된 세탁소와 문방구가 이어지는 길끝에 위치한 빼꼼은 고개를 ‘빼꼼’ 내밀며 주민 누구나 들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지향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올해 제작기술 기반의 공동체 활동을 지향하는 문화공방 6곳을 선정했다. 창생(Maker Space)공간으로 정의된 각각의 공간은 지역 특성이 반영된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한다.
지난 16일 창생공간 6곳 중 세 번째로 문을 연 수원 서둔동 생활적정랩 빼꼼에서 임재춘 대표를 만났다.
임재춘 대표는 수원에서 주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다. 그가 빼꼼의 문을 열며 선택한 주제는 ‘발효’다.
임 대표는 “현대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개념을 문화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시간과 노동이 떠올랐다. 시간과 노동이 들어야 제대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을 현대인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돈으로 사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과 노동을 회복할 수 있는 주제로 발효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인문학적 개념으로 발효를 공유하고자 한 임 대표는 빼꼼에서 단순히 발효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연구와 강의를 통해 내용적인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는 지역과의 연계도 포함돼 있다.
그는 “발효음식을 파는 것보다는 제작 과정에 집중, 발효균에 대한 연구와 리서치를 비롯해 연구자들을 초청한 강연과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발효장인을 발굴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주민들 개개인이 잘하는 음식을 가져와 파는 ‘어느날 가게’를 비롯해, 이곳에 방문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동네 리서치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다른 문화기획자들과 함께 지난 1년간 서수원 문화자원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서둔동에 자리를 잡고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임 대표는 “서둔동은 철물점과 고물상 등 제조공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서둔동을 상징할 수 있는 ‘손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었다”며 “발효가 돼간다는 뜻의 ‘become’과 주민들 누구나 ‘빼꼼’ 고개를 내밀고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빼꼼’의 의미처럼 서둔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