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은 작가 개인전
뚜렷했던 형태가 모호해져 자국으로 남은 얼룩은 언젠가는 존재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생명에 대한 연민과 위로에서 완성한 이이은 작가의 작품은 흐릿한 얼룩과 같은 존재로 우리곁에 있는 생명들을 표현해 울림을 전한다.
인간에게 해로운 것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다. 벌레, 나무, 고양이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인간의 필요와 욕심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진다. 유희를 위한 도구로 동물을 소유했다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의 가죽과 털로 만든 각종 의류들은 인간이 행한 동물학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이은 작가의 작업은 여기서 시작된다. 조금 더 편하기 위해 종이를 구기듯 헤집어진 자연의 모습을 직면한 이 작가는 인간성에 대한 고민에서 작업을 풀어냈다.
인간이 훼손한 자연의 단면을 그린 ‘사각거리는 소리를 생각해’, ‘어린 나뭇잎의 초상’ 등의 작품은 힘없이 표현된 자연물을 통해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이이은 작가는 따뜻한 색감을 사용, 번지듯이 그려내 우연히 남은 얼룩처럼 환영받지 못하고 지워진 존재들을 표현했다. 이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이이은 작가는 “많은 생명들의 위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도 결백하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조금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희생 되어진 수많은 생명들에게 연민과 위로 그리고 사과하는 마음을 작업에 담고 있다.”라며 “어딘가 생명의 의미를 남겼을 것이고 내가 그것을 지나치거나 잊지 않고, 기록하고 가꾸는 방식으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세상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이이은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오는 19일부터 31일까지 광명시 청림갤러리에서 열린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