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이틀 전, 호철이네 마을은 집집마다 설음식 준비로 분주하다.
설맞이로 들뜬 호철이는 방앗간에서 만드는 가래떡도 먹고, 부엌 가마솥에서 고는 조청도 얻어먹는다. 마을 한 켠에서 돼지를 잡는 풍경도 볼거리다. 어른들이 준 돼지 오줌보로 공을 만들어 축구를 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마을은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모이면서 떠들썩 하다. 선물 보따리를 안고 명절을 지내러 고향으로 오는 가족들을 맞느라 마을 전체는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호철이도 목욕을 하며 묵을 때를 벗기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여기에 더해 엄마가 장에서 사온 새 옷을 입을 생각에 내내 싱글벙글이다.
드디어 설날이 되자 온 식구들이 할머니께 세배를 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차례를 올리고, 함께 떡국을 먹고 오후에는 제기 차기, 연날리기, 윷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두둑한 세뱃돈에 기분이 좋아진 호철이는 친척들과 놀이를 하며 즐거운 새해 첫날을 마무리한다.
‘호철이는 설날이 가장 즐거워요’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렸던 예전 설날 풍경을 구수한 사투리와 정감 있는 그림과 함께 풀어낸 책이다.
호철이의 설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설빔, 설음식, 차례, 세배, 윷놀이 등 설날의 익숙한 풍경은 물론이고 쥐불놀이, 부럼, 귀밝이술, 달불놀이, 다리 밟기 등 정월대보름 세시풍속까지 살펴볼 수 있다.
저자 이호철은 38년간 농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2014년 퇴임, 한국글쓰기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삶을 가꾸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꽁당보리밥 묵고 방귀 뿡뿡 뀌고’, ‘온 산에 참꽃이다!’, ‘늑대할배 산밭 참외서리’ 등 아이들을 위한 다수의 책을 펴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온 가족,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았던 행복한 마을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 우리 삶에 훈훈한 기운이 피어오르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