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역자활센터에서 카셰어링 차량의 세차를 전담하는 신굉섭(62)씨. 신 씨의 업무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여느 직장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신씨는 1년여 전만해도 수원역 대합실에서 새우잠을 자는 노숙인 중 하나였다. 페인트 공사 일을 하던 신씨는 동생의 보증을 서준 게 화근이 돼 파산에 이르렀고, 설상가상으로 하나뿐인 아들마저 사고로 죽자 술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재기도 시도해 봤으나 계속되는 불운은 이내 신씨를 지난 2012년 수원역으로 내몰았다. 3년여 간을 수원역에서 보낸 신씨는 지난 2015년 2월 길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3일만에 의식을 찾는 등 죽음의 문턱까지 맛봤다.
그러던 신씨에게 새 삶을 선물해 준 것은 바로 경기도가 지원하는 노숙인 인문학교육이다.
이 교육은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게 골자다.
술을 끊기로 결심한 신씨는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았던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추천으로 2015년 4월부터 이 교육에 참여했다.
신씨는 센터로부터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던 중에 교육비가 나온다는 말에 솔깃해 인문학교육에 발을 들였는데 강의를 들으며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살았나’ 되뇌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자신과 이웃을 생각하는 삶’을 주제로 6개월간 경기대학교에서 진행된 교육을 통해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주 2회(1시간30분 수업), 총 46회에 걸쳐 철학, 역사, 문학, 고전, 글쓰기 등을 배웠다. 또 과목별 캠프수업, 집단심리상담 등 특별활동프로그램도 이수했다.
재기의 꿈을 키운 신씨는 인문학교육을 마치자마자 지역고용센터가 지원하는 취업교육을 받은 뒤 수원지역자활센터 사업단의 일원이 됐고 지난해 6월에는 임대주택에도 입주했다.
2013년부터 4년간 신씨처럼 인문학교육에 동참한 노숙인은 모두 117명이며 이 가운데 86명이 수료하고, 34명이 자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참가한 23명도 취업 준비에 한창이다.
도 관계자는 “노숙인의 자립은 자존감과 사회적 관계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인문학교육과 연계한 직업 교육, 주거지원 등 맞춤형 자립프로그램을 마련해 노숙인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오는 3∼11월 한신대학교에서 5기 인문학교육을 진행하기로 하고 다음달 중순 3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안경환기자 j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