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망각되거나 사라져가는 대상에 가치와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박명미 작가는 눈에 띄지 않거나 버려진 것들에 집중한다.
박명미 작가는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나 생경한 풍경을 스케치하거나 사진으로 담은 뒤, 소묘와 유채로 옮기는 작업뿐 아니라 작고한 화가가 사용했던 화판 위에 그 흔적을 바탕으로 유화 작업을 한 후 다시 소묘로 옮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풍경은 의도치 않은 흐름 속에 미묘한 차이들이 생겨나고, 없었던 대상과 사물들이 새로이 축적되기도 한다.
이렇듯 사라지고 버려진 것들을 작업으로 연결함으로서, 현실에서 밀려난 존재들도 여전히 우리의 곁에서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박 작가는 연필 소묘를 유화 또는 아크릴 물감과 섞어 채색해 실재와 상상 속에 공존하는 다양한 대상과 사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전시는 이같은 표현으로 그려낸 폐가 시리즈와 다랑쉬 오름 시리즈를 비롯해 잡초를 주제로 한 새 풀 시리즈도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새 풀 시리즈는 지난해 열린 ‘Into Drawing 31-낮은 물음’ 전시 이후 남겨진 11개의 죽은 잡초들을 작업실로 가져온 뒤 새로 자란풀로 완성한 것으로, 회화라는 장르 속에 새로운 생명력이 투영된 특별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문의: 031-761-0137)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