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도시 곳곳에 마련된 놀이터는 밋밋하고 심심한 모습이지만 아이들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이소영은 지난해 여름 동생네 가족과 프라이부르크로 떠났다. 무언가를 놓칠까봐 동네 학원 전단지를 꼼꼼히 읽고, 또래 엄마들과 함께 각종 학원 정보를 나누고, 공부하라며 아이들을 닦달했던 엄마였던 그는 짧은 여행을 통해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한 삶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답을 찾았고 그 특별한 여행이야기를 한권의 책에 담았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다.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앞 놀이터, 중앙역 근처 헤르츠예수교회 앞 놀이터, 전망대 끝 놀이터, 생태주거지구 보방의 ‘다섯 개의 어금니’를 포함해 160개의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알록달록한 최신식 놀이기구는 없다. 나무둥치, 깨끗한 흙, 커다란 바위, 바구니 그네, 미끄럼틀, 작은 철봉이 전부다. 그래도 아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나무에 오르고 흙장난을 하고 물속을 뛰어다니며 신이 난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놀이터를 완성한다. 핵발전소 건립에 반대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등 함께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해온 프라이부르크는 오늘날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생태도시라는 이름답게 생활 속 모든 곳이 자연 놀이터다. 도심의 표정을 만드는 천년 된 물길, 오리와 사람이 함께 헤엄치는 호수, 동물들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 동화에 나올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숲길이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 아이들을 품어준다.
특히 프라이부르크 안내서에 적힌 소개가 눈길을 끈다. ‘이 도시의 심장은 어린이를 위해 뛴다’ 학원이 아닌 자연에서 뛰놀며 행복한 아이들은 가족, 도시, 나아가 나라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은 프라이부르크 여행 이야기지만 그곳보다는 우리 동네, 내가 사는 동네, 우리나라를 더 많이 생각하면서 썼다”고 밝힌 저자는 온 도시가 행복한 프라이부르크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한 삶의 비결을 찾는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