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박진영 역시 어머니는 그런 존재다. 사진을 하는 아들의 필름 값을 보탤 요량으로 젊은 시절 열심히 일했던 어머니는 이제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
뒤늦게 효도를 해보려 용돈을 드리고, 맛난 걸 사드렸지만 어머니는 힘들어했고, 박진영 작가는 어머니의 기억을 더듬는 대화를 시작했다.
성남시 아트스페이스 J에서 열리고 있는 ‘엄마의 창’ 전시는 그 대화의 결과물이자 어머니를 위한 선물이다. 또한 관람객들에게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로 마련된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도하며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던 박진영 작가는 10년 전 한국을 훌쩍 떠났다. 이후 2012년 후쿠시마 시리즈로 복귀한 그는 풍경 사진들을 시리즈로 내놓았다.
그가 찍은 아오모리, 플로리다, 이즈반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창문 밖에 있는 듯이 생생하다.
박진영 작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기억을 더듬고자 어머니가 가고 싶다고 했던 곳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에 담았다.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밝힌 박진영 작가는 창문 없는 어머니의 병실에 그가 찍은 사진들로 창문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오로지 어머니를 위해 찍은 그의 사진들은 단순히 풍경을 넘어 사랑이 담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 관계자는 “박진영 작가는 한국사진계에서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의 영역을 개척한 파이오니아적 존재다. 발표하는 시리즈마다 새로운 형식과 깊은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반향을 이끌어냈던 그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완성한 묵직한 신작을 전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25일까지 이어진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