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에 존재하고, 달이 탄생해 지구의 위성이 된 것은 모두 우연이 가져다준 행운이다.
유아기 지구가 자리 잡고 있던 당시 태양계는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바윗덩어리들로 가득했다.
이 바윗덩어리 중 하나가 지구로 날아들어 일부는 지구에 달라붙었고, 나머지는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과 함께 지구 주위를 돌게 되면서 달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모행성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큰 위성이 만들어진 덕분에 지구 자전축이 기울기를 유지하면서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우연(chance)’이란 일정한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 불규칙하고 무작위적인, 의도하지 않은 일들을 뜻한다. 난해한 과학 연구와 발견들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하기 위해 글을 쓰는 기자이자 작가인 마이클 브룩스는 ‘우연의 설계’를 펴내 우연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낸다.
책은 우연이란 실제로 무엇이며, 우주가 탄생하고 지금껏 지속되는 과정에서 우연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우리가 ‘기적 같은 우연’이라고 믿는 일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흔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운을 손에 넣었는지 등 우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이 행운의 과학을 연구한 결과도 흥미롭다.
리처드 와이즈먼은 신문에 광고를 실어 자기가 특히 운이 좋거나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들에게 로또처럼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운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점수에는 차이가 없이 확률과 일치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후 계속된 실험과 설문 결과,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의 수많은 발견과 발명역시 우연의 결과물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세균 배양 접시에 날아든 곰팡이 포자로 인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도, 살충제 후보감이었던 염소처리한 당분을 ‘테스트(test)’해보라는 말을 ‘맛보라(taste)’는 말로 잘못 알아들은 화학자 샤쉬스칸트 파드니스가 감미료 ‘수크랄로스’를 발견하게 된 것도 의도치 않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오류라 무시하지 않고 그 중요성을 알아차려 유용한 결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는 것이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책은 흥미로운 우연의 사례를 소개할 뿐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우연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언 스튜어트, 마크 뷰캐넌, 폴 데이비스 등 저명한 과학 저술가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우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