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이라는 역사적 공간에 조형적인 접근을 시도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소리·풍경’전시가 오는 11월 26일까지 열린다.
덕수궁은 임진왜란 직후 선조가 머물며 왕궁으로서의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조선이 자주 독립국임을 대외에 밝히고 강한 주권 의지를 표명한 장소다.
올해로 120주년이 되는 대한제국 선포(1897년)를 기념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은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와 함께 덕수궁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기획, 덕수궁내 7개 장소에서 각각의 의미와 어울리는 9명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덕수궁 대한문으로 입장해 처음 만나게 되는 중화전 앞 행각에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계·폐회식 음악감독 양방언과 미술가, 가구 디자이너이며 황신혜 밴드로도 활약했던 장민승의 공동작품 ‘온돌야화(溫突夜話)’가 전시된다. 장민승은 한국 근대시기의 건물 및 생활상들을 재발굴해 아날로그 슬라이드 필름으로 풀어냈으며 양방언의 곡이 더해져 특별한 풍경을 완성했다.
석조전 본관과 별관을 잇는 계단과 복도에는 김진희의 ‘딥 다운-부용’, 정연두의 ‘프리즘 효과’가 설치된다. 대한제국 시기의 고종황제와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사적인 시선, 치욕의 시선, 공적인 시선, 외국 열강이 바라본 타인의 시선을 담은 사진을 엮은 ‘프리즘 효과’는 덕수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석어당의 대청마루에서는 권민호의 대형 드로잉 ‘시작점의 풍경’을 만날 수 있으며 고종황제의 알현실로 사용됐던 덕홍전에는 강애란, 임수식의 작품이 설치된다. 강애란은 조선왕조실록, 고종황제가 즐겨 읽던 서적 및 외교문서 그리고 황실 문화, 예술 등에 대한 자료를 재현해 황제의 서고를 완성했으며 임수식은 병풍 형식의 책가도 ‘책가도389’를 선보인다.
또한 함녕전에는 구한말 일제의 강압 속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고종황제의 심경을 이미지와 사운드로 표현한 영상 작품 ‘어디에나 있는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 불면증 & 불꽃놀이’가 상영된다.
그동안 일반인에게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함녕전 앞 행각에는 오재우의 VR 작품 ‘몽중몽(夢中夢)’이 소개된다. 덕수궁이 고종황제가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고자 했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 오 작가는 여러 꿈들이 모이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관객들이 행각 내부에 누워서 영상화된 꿈의 이미지를 VR로 체험할 수 있게 꾸몄다.
한편 전시기간 동안 큐레이터와 아티스트의 일대일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전시와 연계한 3개의 특별 강연과 1개의 영상 스크리닝, 1개의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문의: 02-2022-0600)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