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랑
장르 : 드라마
감독 : 김양희
배우 : 양익준/전혜진/정가람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 살 돈도,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다.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그 곁을 지키는 것은 아내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두사람 앞에 파도처럼 위태로운 소년이 나타나고, 시인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뿐 아니라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시인의 사랑’은 예술가로,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인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시를 감상하기에는 숨가쁜 세상. 팍팍한 현실에 서정을 잃어가는 사람들, 마냥 울어버리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해진 사람들, 그들을 위해 대신 울어주는 사람. 시인에 대한 이야기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영화는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매력을 배가시킨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월수입 30만원에 감상적인 시를 쓰며, 팍팍한 현실과 아름다운 시 세계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시인 현택기를 양익준이 연기한다.
‘똥파리’(2009)의 감독이자 주연으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양익준은 그 동안 ‘계춘할망’(2016), ‘춘몽’(2016) 등 영화는 물론 ‘밤을 걷는 선비’, ‘괜찮아, 사랑이야’ 등 드라마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영화 스틸컷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양익준은 영화에서 맡은 ‘시인’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늘리는 등 외적인 변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심드렁한 표정과 헝클어진 머리칼, 웃자란 수염과 뿔테 안경으로 시인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그려낸 배우 양익준의 모습은 그가 선보일 철없고 뚱뚱한 ‘시인’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편 무능한 남편이자 철없는 예술가인 시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의 아내 역할은 배우 전혜진이 맡았다.
‘더 테러 라이브’(2013), ‘사도’(2015),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등에서 특별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관객을 사로잡았던 배우 전혜진은 ‘시인의 사랑’에서 누구보다 씩씩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모를 서글픔을 간직한 아내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그리고 이들 부부 앞에 나타난 아름답고도 위태로운 소년 역할은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2016)으로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 제8회 올해의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한 배우 정가람이 맡았다. 정가람은 ‘시인의 사랑’에서 해사한 얼굴 뒤로 마음의 상처를 지닌 비밀스러운 소년으로 완벽히 변신, 소년의 감정을 전달하며 여운이 남는 연기를 펼친다.
이처럼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신선한 앙상블과 한편의 시와같은 이야기가 더해진 ‘시인의 사랑’은 깊어가는 2017년 가을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