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현대시에 ‘폐결핵’으로 등단한 이래 시력 60년을 앞둔 시인 고은은 국민시인이자 저항시인, 그리고 파계승의 모습으로 많은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고은과 시인이자 소설가 김형수의 대담을 담은 ‘고은 깊은 곳’은 시력 60년을 앞둔 고은의 삶과 시의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고은에게 있어 죽음은 시의 오랜 주제이자 또 하나의 삶이었다. 전쟁 시기를 지나며 의식에 죽음은 일상적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 11월 하순 우연히 한 노동자의 분신자살사건을 알게 됐고, 자신의 내적 갈등 외에는 어떤 사회적 관심없던 그에게 현실에 대한 시야가 생겨났다.
노동자 전태일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유혹은 오랫동안 들씌워진 장막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네 번의 수감생활을 비롯해 24시간 밀착감시로 정보부 요원, 정보과 형사와 동거한 일도 여러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은은 모질게 살아남았고,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고은과 대담을 나눈 김형수는 인간 고은의 생애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실록’이 될만한 책을 내고자 고민했고, 고은의 인생사 전반을 묻고 들어 책에 담았다.
또한 문학의 길을 가는 후학들을 위해 고은 정신의 약도를 책을 통해 소개하고자 했다.
시간과 공간, 존재와 소멸, 일상과 영원을 넘나드는 구술을 통해 놀라운 시적 영혼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 또한 그것들이 후속 세대들의 가치관에 어떠한 자극을 주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저자는 “그의 인생 전반을 미지의 어둠을 향한 직관과 예감이 쉴 새 없이 작렬하는 이 대담집이 아무쪼록 고은 시인의 깊은 곳에 닿는 길 안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