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드라마
감독 : 정지우
배우 : 최민식/박신혜/류준열
재력과 사랑, 모든 것을 가진 ‘임태산’은 어느날 약혼녀이자 유명가수인 ‘유나’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설상가상 살해 용의자로 자신의 딸 임미라가 지목되고, 임태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미라의 무죄를 믿고 보듬어줄 젊은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하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사라진 그날의 CCTV 영상을 갖고 있는 유나의 팬 ‘김동명’이 등장하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때론 오만해 보일 만큼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임태산이 약혼녀가 살해당하는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영화 ‘침묵’은 세상을 다 가졌지만 정작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풀어낸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날,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구조 속 사랑과 부성애, 슬픔과 회한, 분노와 참회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이 얽힌 강렬한 드라마로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뿐만 아니라 임태산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침묵’은 “우리는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지만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사실과 진실이라는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정지우 감독의 말처럼 진실에 담긴 진심은 무엇인지를 쫓는 과정을 통해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침묵’은 아내의 불륜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세밀하고 세련된 연출로 그려낸 ‘해피엔드’(1999), 서른의 학원강사와 열일곱의 학원생의 사랑 이야기 ‘사랑니’(2005), 위대한 시인과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담아낸 ‘은교’(2012)까지, 파격적인 소재를 아름다운 영상과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하며 호평을 받았던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이와 더불어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에 정지우 감독과 호흡을 맞춘 최민식은 세상을 다 가진 남자지만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으로 분해 성공을 거둔 남자의 견고함부터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는 과정의 미묘한 균열과 흔들림을 디테일하고 치밀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냈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다가도 때론 눈물을 쏟아내는 최민식은 빈틈 없는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여기에 예측불허의 스토리 전개와 이를 세밀하게 조율하는 정지우 감독의 용의주도한 연출은 ‘침묵’의 완성도를 높인다.
흥미진진한 설정과 드라마틱한 스토리, 여기에 정지우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실력파 배우들의 조합이 더해진 ‘침묵’은 올 가을 가장 강렬한 드라마로 관객들의 가슴에 진한 울림을 남길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