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작가의 ‘궤적의 재구성’ 전시가 다음달 31일까지 파주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창작스튜디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 창작 스튜디오 등 한국 레지던시를 비롯해 대만 타이페이 예술촌, 미국 산타페 예술협회 레지던시, 버몬드 스튜디오 센터 등 다양한 국가의 레지던시를 거친 김지은 작가는 한 땅에 정주하지 못하는 도시사회 속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소라게살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이러한 아티스트로서의 삶은 작품에 투영된다.
이번 전시는 수년간 국내외 레지던시들을 떠돌아다니며 쌓아온 자신의 작업을 한 공간에 펼쳐봄으로써 이를 통해 시간적으로 진행되어 온 작업의 궤적을 새롭게 재구성해 선보인다.
회화를 주된 매체로 시작한 작가의 작업은 점차 설치작업으로 다변화 되어 왔고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대상으로 시작해 미국, 대만 등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의 레지던시를 거치면서 작업의 대상도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한국의 주택가 골목에 빼곡히 주차된 주차공간을 담은 ‘공동주택주차장’(2004)을 비롯해 ‘Tanger Outlet’(2007), ‘수상한지붕들’(2016) 등 작가가 거주했던 곳에서의 경험을 반영한 작업들은 하늘에 떠 있는 각각의 별처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별들을 연결해 별자리를 읽어내는 것처럼 작업간의 새로운 맥락을 읽어내는 것은 앞으로의 작업의 방향성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독특한 콘크리트 파사드와 함께 기존의 아름드리 참나무를 베지 않고 감싸 안듯 지어진 블루메 미술관 건축은 전시장 안의 설치 작품들과 관계를 맺으며 전시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작가가 꾸준히 천착해왔던 주제인 ‘거주’의 의미를 숙고해 보고자 하는 전시는 부동산에 압도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일상적인 공간과 흔한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블루메 미술관 관계자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개발과 재개발의 폐허를 마주한 작가가 도시계획의 시점이 아닌 정치 지리학적 관점에서 땅을 바라보고 이를 회화와 설치의 언어로 번안하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