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을 발견하고도 닷새 동안 은폐한 것과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의 거듭 사과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고 야당은 “정권을 내놓아야 할 범죄”라고 맹비난하는가 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17일 세월호 객실 구역에서 빼낸 지장물(쌓인 물건더미)을 세척하던 중 사람 뼈로 추정되는 1점의 뼈가 발견됐음에도 이를 닷새 동안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18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정부는 최단 시간 안에 은폐의 진상을 규명해 가족과 국민 앞에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 총리가 “보고할 것이 있으면 보고하라”고 하자 “책임을 느낀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이 총리는 “미수습자의 완전한 수습은,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었다”고 말하고 “유골 은폐는 그런 가족과 국민께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드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고려해서 유골의 DNA(유전자) 감식 등을 되도록 신속히 진행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김 장관은 “세월호 수습을 주관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경위를 설명한 뒤 “관련자에 대한 조속한 조사를 지시했고, 추가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소상히 밝혀 국민께 보고드리고,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행정적·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해수부 장관이 직접 사건의 전말을 규명하고 은폐 사태에 연관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또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자행됐다”며 “한 사람의 징계로 끝날 게 아니라 해수부 내 인적 청산,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월호 가족들은 24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 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거듭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그들(여권) 주장대로라면 정권을 내놓아야 할 범죄”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권의 출발점이자 성역인 세월호에 대해 유골 은폐라는 중차대한 범죄를 범했는데 해양수산부 장관 하나 사퇴해서 그게 무마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죄 논평’을 내는 한편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조직을 관리해야 할 내각의 수장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참사 유족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민주당 역시 내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정부 조직의 낡은 관행을 바로잡고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