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9월 26일까지 ‘30분 이상’ 전시를 개최한다.
‘30분 이상’은 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을 동시대 미국과 유럽을 뒤흔들었던 반문화의 흐름 속에서 재조명하는 전시로, 백남준이 비디오아트에 담은 새로운 소통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전시 제목은 백남준이 작성한 ‘실험 TV 전시회의 후주곡’(1963)글을 통해 자신의 텔레비전을 30분 이상 지켜볼 것을 요청한 것에서 가져왔다.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백남준의 비디오 영상과 비디오 조각 및 드로잉 등 작품 22점과 자료 40여점을 소개한다.
‘꽃의 아이들’은 미국의 히피세대를 상징하는 용어로, 백남준은 이같은 반문화의 주인공들을 위해 유쾌하면서도 사랑과 존경이 담긴 비디오 작품을 헌정했다.
‘꽃의 아이들’ 섹션에서는 반문화 운동의 한 흐름을 만들어낸 시인 앨렌 긴스버그(Allen Ginsberg,1926∼1997)와 실험극단 리빙씨어터(Living Theatre), 그리고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를 위해 백남준이 제작한 3개의 비디오 영상과 비디오 조각 ‘꽃의 아이’를 선보인다.
‘사이키델릭+사이버네틱스=??’ 섹션에는 1960년대 미국사회의 주요한 키워드였던 히피들의 사이키델릭 문화와 기술 사회로의 진입을 예고한 사이버네틱스를 결합해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어간 백남준의 실험 TV 시리즈와 방송국시스템에서 제작된 영상이 상영된다.
세 번째 섹션의 주제는 1960년대 젊은이들을 강타한 히피들의 구호이자 동시대 비디오 작가들이 주목한 메시지였던 ‘켜라 맞춰라 빠져나와라’다.
이 섹션에서는 인간의 뇌와 마음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탄생한 사이키델릭 경험의 효과를 텔레비전과 비디오 매체로 전유해낸 백남준의 흥미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태아 백남준이 부모와 대화를 하며 써내려간 ‘태내기 자서전’과 ‘딕 히긴스를 위한 위험한 음악’, 시공을 넘나드는 비디오의 효과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상 ‘백남준에 의한 머스 옆의 머스’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 섹션인 ‘비디오 텔레파시’에서는 백남준의 커뮤니케이션 예술 개념을 살펴볼 수 있다.
문화인류학적 비디오 탐험을 보여준 ‘중국에서는 우표를 핥을 수 없다’, 냉전구도를 깨고 동서가 화합했던 88올림픽을 위한 ‘세계와 손잡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고통받아온 한민족의 새로운 천년을 기원한 ‘호랑이는 살아있다’ 등 백남준이 제작한 방송용 비디오가 전시된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정보의 홍수 속을 살아가며 더 딱딱해진 우리의 마음이 그의 비디오아트로 인해 해제되어 공감의 연대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