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할머니 곁에는 꼬리가 긴 오렌지색 고양이가 늘 함께 있다.
꽃을 가꾸며 할머니가 말을 건네면 고양이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할머니 곁을 지킨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면 나갔다가 아침이면 늘 돌아오던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할머니 앞에 한 소녀가 죽은 고양이를 안고 나타난다.
고양이는 어두운 밤 거리를 돌아다니다 차에 치여 할머니 곁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잃은 슬픔에 뜰 귀퉁이에 고양이를 묻었고, 얼마 뒤 뜰에 작은 싹이 얼굴을 내민다.
따뜻한 봄볕을 맞은 싹은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했고, 할머니는 무성해진 잎 사이로 오렌지색 작은 열매가 달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얼마 뒤 뜰의 꽃들이 모두 활짝 피어난 아침, 할머니의 손에 오렌지색 열매가 ‘똑’ 떨어진다.
놀라서 살펴본 열매는 다름아닌 ‘꼬리가 긴 오렌지색 고양이’였고, 그렇게 할머니는 고양이와 재회하게 된다.
‘고양이 나무’는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담아온 오사다 히로시의 시에 일러스트레이터 오하시 아유미의 그림이 만난 ‘시 그림책’이다.
죽음 이후의 삶을 고찰한 이 책의 장점은 시적 언어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고양이와 할머니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소중히 여겼던 마음과, 죽은 고양이를 가슴에 품고 아픔을 넘어서는 성숙한 자세를 짧은 문장과 간결한 단어로 전한다.
감성에 집중한 오하시 야유미의 그림도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크레파스 느낌이 나는 오일 파스텔을 선택해 따뜻한 색감으로 완성한 ‘꼬리가 긴 오렌지색 고양이’는 예쁘거나 멋지지는 않지만 세상 그 어떤 고양이보다 사랑스러워 보인다.
시적 언어와 감각적인 그림으로 완성된 ‘고양이 나무’는 이제는 곁에 없지만 떠난 존재를 가슴에 품고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따뜻한 일인지 전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