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의 폭염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에 이어 농산물 등 생활물가 마저 지속적으로 올라 서민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38도를 훌쩍 넘긴 2일 오후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그물망에 담긴 양배추 3포기가 1만2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주 6천원에서 폭염경보가 지속되자 70%나 뛰었다. 양배추는 지난해 7월 말 4천120원에서 2배 넘게 치솟았다.
수원시 영통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47·여)씨는 “떡볶이랑 쫄면을 즐겨먹는 학생들을 생각해서 지금껏 넉넉하게 줬던 양배추를 줄여야 할 지경”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20㎏)도 1주일 전 1만6천325원에서 1만9천240원으로 20% 가까이 올랐다. 1년 전에는 1만200원이었다.
이곳에 장보러 온 음식업주도 채소 몇 가지를 둘러보고는 발길을 돌렸다.
수원시 구운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3)씨는 “폭염 때문에 손님이 줄어 힘든데 채소값마저 너무 올라 반찬 양을 줄이던지 다른 반찬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여름 대표 과일인 참외(10㎏)와 수박(9㎏)도 몸값이 뛰었다. 불과 1주일만에 참외는 1만9천40원에서 62% 오른 3만1천400원으로 올랐고, 수박도 1만4천700원에서 1만9천40원으로 30% 인상됐다.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에 장 보러 나온 주부 박모(45)씨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채소값은 물론 과일값도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다”며 “돼지고기에 우윳값 마저 오른다고 하니 정말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그대로 소비자물가지수로 나타났다.
이날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7월 경기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주요 등락품목을 보면 시금치(61.7%)와 열무(44%), 배추(43.5%), 상추(25.5%)를 비롯한 채소를 중심으로 1개월 전보다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집계됐다.
농축수산물 물가지수(108.81)도 1개월 전보다 1%, 1년 전 같은 달보다 0.5% 각각 올랐다.
특히 석유류가 1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올랐다. 경유와 휘발유가 전년 동월 대비 14.8%, 12.1% 상승했다. 자동차용LPG는 1개월 전보다는 3%, 1년 전보다 11%나 오르는 등 석유류(12.7%)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로 인해 공업제품 물가지수(102.36)는 전년동월 대비 1.9% 올랐다.
또 구내식당 식사비와 미용료, 공동주택 관리비 등이 오르면서 서비스물가지수(106.20)도 1년 전보다 1.5% 올랐다.
다행히 보육시설 이용료와 입원 진료비, 휴대전화료 등을 중심으로 한 공공서비스(-0.1%)와 전기·수도·가스 물가지수(88.41, -1.7%)가 1년 전보다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도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율을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36으로 전년동월 대비 1.4% 올랐다. 상승 폭은 소폭 줄었지만 3개월 연속 1.4~15%로 전년동기 대비 비슷한 상승 폭을 이어갔다.
/이주철기자 jc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