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 명암
1. 일자리 창출 vs 고용절벽
2. 저녁 있는 삶 vs 돈 없는 저녁
3. 선진 기업문화 유도 vs 일하는 분위기 저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이 50여일 지났다. 정부는 관련 제도 시행으로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벨(Work-life balance) 실현과 일자리 나눔을 통한 신규 고용창출, 소비증진 등을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앞서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 유연근무제 도입 등과 맞물리면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취업절벽, 평균 생활수준 하향 등의 ‘역시너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은 공공도 민간도 우왕좌왕이다. 도내 최대 규모 관급공사 현장인 경기도신청사 건설현장의 경우 공사기간, 원가 상승폭에 따라 계약관계까지 변경해야할 상황이나 발주처와 시공사 모두 방향을 설정치 못하고 있다. 근거가 될 메뉴얼이나 세부지침이 없어서다. 사례를 통해 주52시간 근로제의 명암을 3회에 걸쳐 비춰본다.
<편집자 주>
▲ 최씨는 자녀 2명을 둔 50대 초반 주부다. 2명의 자녀 모두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취업했다. 딸아이가 일찌감치 결혼해 조금은 이른나이에 할머니소리까지 듣고 있고, 아들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 등에 대한 걱정을 떨친 채 중년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들의 결혼이 복병이 됐다.
아들이 신혼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서 빚이 급증한 것. 결국 취업 전선에 다시 뛰어들었고, 다행히 수년전까지 일하던 대형 가전제품 업체 B사에 연락이 닿으면서 판매사원으로 다시 입사했다. 최씨의 재입사가 가능했던 것은 B사가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라 판매사원을 늘렸기 때문. 입사조건은 월 20일 근무에 급여는 200여만원이다.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일자리 나눔의 혜택을 본 셈이다.
최씨는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서 대출금이 늘어 막막했었다. 빠르게 취업하고, 월 200여만원 이지만 고정적 수입도 생겨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경인지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취업자 수는 683만8천명으로 전월대비 6천명, 전년동기대비 6만5천명이 늘었다.
특히 상용근로자(계약기간 1년 이상)가 375만4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4%(12만5천명) 늘고, 임시·일용근로자는 각각 2.7%(3만4천명), 4.7%(1만7천명) 감소했다.
취업시간대별로는 36시간 미만이 14만2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1.7% 늘었고, 36시간 이상은 569만1천명으로 1.1% 줄었다.
▲ 커튼업체에 다니는 김모(여·38) 씨는 최근 직장 상사와의 불협화음에 이직을 결정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이직에 한몫 했다. 퇴사 한달여 전부터 각종 구인 사이트, 지인 등을 통해 이력서를 뿌렸다.
하지만 서류전형에 통과, 면접까지 진행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상사와의 불편한 관계가 더 악화, 결국 새로운 직장도 구하기 전 사직서를 제출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딸의 엄마인 김씨는 마음이 더 다급해졌다. 업종과 직종에 상관없이 사람을 구하는 곳이면 모두 이력서를 제출했다. 김씨가 제출한 이력서는 하루평균 10여건. 퇴사 후 2주만에 거주지인 수원에서 출·퇴근 1시간여 거리인 안산의 한 업체에 취업이 결정됐다.
월 급여 170여만원에 배송관련 사무보조 역할을 맡았다. 사회생활 10여년간 김씨가 해온 일은 경리업무, 약 50일만에 구한 직장이 생애 첫 직종이 된 셈이다.
김씨와 같은 취업난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주 52시간 근로제가 첫 시행된 지난 7월 전국적인 고용쇼크에도 취업자수가 늘며 역주행하던 경기도 역시 고용절벽에 갇혔다.
지난달 전년동기대비 도내 취업자수 증가가 6만5천명에 그친 것.
이는 2013년 6월 3만5천명 이후 최저치다.
도는 불과 지난 5월 취업자수 684만6천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은 바 있다. 당시 전년동월대비 취업자수는 14만6천명이 늘었다./안경환기자 j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