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아래 2.5m 깊이 뚫고 나와
도로 채운 뜨거운 물 발목 덮쳐
순식간에 화상 피해자 속출
하얀 수증기 뒤덮어 폭격 맞은듯
시민들 비명 마치 지옥같은 상황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배수관 파열로 뜨거운 물기둥이 인근 지역을 덮치면서 수십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한 도로에 매설됐던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지하 배관이 파열됐다.
건축물의 냉난방을 목적으로 공급되는 100도의 끓는 물은 2.5m 높이의 지반을 뚫고 치솟아 순식간에 주변을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목격자 이모(58)씨는 “땅속에서 높이 10m가량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는데 금새 하얀 수증기가 일대를 뒤덮었다”며 “마치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고 사고현장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는데 근처에 가보니 물기둥과 함께 수증기가 잔뜩 피어 올라 땅에 묻은 관로가 터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응급차에 실려가고 아비규환으로 변해가는 당시 목격 상황을 전했다.
사고현장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던 이성수(29)씨는 “오후 9시쯤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건물 밖으로 빼려고 운전석에 앉았다”면서 “차량에 앉을 때만 해도 주차장 바닥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는데 차량에 앉아 시동을 켜고 후진을 하려 하자 물과 함께 수증기가 급속히 주차장 내부로 들어와 운전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장 출입구를 확인하려 차에서 내렸는데 발목까지 뜨거운 열기가 전해져 황급히 차량에 다시 올라 타 신발 위에 비닐봉지를 덧씌운채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고 긴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이씨는 발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시각 사고현장을 지나 귀가 중이던 백모(53) 씨는 “백석역 인근에서 흰돌마을 아파트 정문 근처까지 다와 도로를 덮은 물을 밟았는데 순간 뜨거운 열기가 발목까지 느껴졌다”면서 “신발을 만져보니 찬물이 아닌 뜨거운 물이라 너무 놀라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지반을 뚫고 나온 뜨거운 물이 도로 등에 스며들면서 이곳을 지나던 시민 20여 명은 주로 발 부위에 화상을 입는 피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시민들의 비명을 들은 김모(38)씨는 “도로를 건너던 사람들이 발에 화상을 입고 앗 뜨거워 소리 질렀다”며 “자욱한 수증기에 앞을 가려 보이지도 않는데 발밑에서는 뜨거운 물이 넘쳐 마치 지옥 같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수송관 파열 사고 10시간 만인 5일 오전 7시 55분쯤 임시복구를 마쳤으며 완전 복구에 4∼5일 더 걸릴 전망이다.
/고양=고중오기자 g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