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청정호 출항합니다”
약한 비바람이 불던 지난 20일 안산시 탄도항. 박경희 선장을 비롯해 7명의 선원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경기청정호의 출항을 알렸다.
경기청정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청정 계곡’에 이어 ‘깨끗한 바다를 만들겠다’는 의지에 따라 지난해부터 52억 5000만원을 투입해 만든 길이 33m 폭 9m의 154톤 급 바다청소선이다.

경기청정호에 올라타자 뱃머리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굴삭기가 눈에 띄었다. 굴삭기는 해양 폐기물 중 중량물이나 부유물을 수거하는 용도다.
굴삭기에 이어 폐어망이 담긴 마대를 지나 배 후미에 도착하자 바다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끌어 올리기 위한 장비인 인양틀과 크레인이 맞아 주었다.
경기청정호의 항해를 결정하는 2층 조종실은 '어구 실명제' 시행에도 예고없이 튀어나오는 부표와 어망, 밧줄들을 피해 운항하느라 시종일관 긴장감이 맴돌았다.
어망이나 밧줄이 선체 밑의 스크류 등에 감길 경우 배의 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동력 상실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큰 배는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해양 폐기물 수거가 목적인 경기청정호는 험난한 해로에도 뛰어들어야 해 큰 어려움이 따랐다.
경기청정호는 수 차례 엔진을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좁은 해로 사이를 곡예하듯이 지나갔다.

이날 경기청정호의 작업지는 화성시 국화도 전방 해협에 위치한 김 양식장이었다. 양식장 그물이 수중에서 끊어지며 대량의 폐기물이 발생하자 화성시를 통해 협조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작업지에 도착하자 수면 위로 장사진을 치고 있는 김양식장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한 눈에 들어왔고, 선원들은 바다속의 폐기물을 권양기를 이용해 수면 위로 끌어 올린 후 굴삭기로 폐그물을 공중으로 들어 밑에서 직접 칼로 그물을 잘라내 청정호 선체로 옮기는 작업을 펼쳤다.

작업한 지 3~4시간이 흐르자 수백kg의 폐기물이 이내 수북히 쌓였지만, 해수면에는 아직 치워야 할 폐기물들이 많았다.
그러나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이 거세지는 등 악화되는 기상에 안전상의 이유로 작업은 중단됐다. 실제 이날 작업 도중에도 인양 중인 밧줄이 바람에 의해 끊어지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수 차례 연출됐다.
박 선장은 “예산을 들인 사업인만큼 구체적 결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바다에서는 오늘처럼 폐기물이 있는 곳까지 오는 과정이나 기상 등의 변수가 다양해 육지 작업과 같은 결과물을 바라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경기청정호 같은 대형 작업선은 첫 단계이기 때문에 전문인력이 적은 점도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경기청정호는 5명의 운항직과 3명의 단기 계약직으로 이뤄져, 휴가 등의 이유로 결근자가 2명 이상 발생하게 되면 배 운항에 차질이 생긴다.

박 선장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경기청정호의 운항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높은 기술력과 경제력을 고려한다면 전세계 문제인 환경문제를 적극 해결해야할 의무가 있다. 경기청정호가 앞장서겠다”라고 다짐했다.
[ 경기신문 = 박환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