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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잘 하고 와, 이따 봐”…올해도 ‘응원전’ 없이 차분한 시험장 앞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7일 오전 수원 영복여고 앞에서 한 학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강현수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7일 오전 수원 영복여고 앞에서 한 학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강현수 기자) 

 

“잘 하고 와. 이따 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7일 오전 7시 8분 성남 돌마고 교문 앞. 어머니는 수험생 딸을 껴안으며 말했다.

 

자녀를 들여보낸 뒤 어머니 이모 씨(60대)는 기자에게 “재수한 딸이 며칠 전부터 아파서 걱정된다. 오늘 아침도 못 먹었다”며 “그냥 시험만 무사히 마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도 내 각 고사장 앞 풍경은 지난 두 해와 마찬가지로 차분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이후 선배들을 응원하는 각 고교 후배들의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

 

17일 오전 과천고 교문 앞에서 수험생 자녀를 배웅하는 학부모들. (사진=정준혁 수습기자) 
▲ 17일 오전 과천고 교문 앞에서 수험생 자녀를 배웅하는 학부모들. (사진=정준혁 수습기자) 

 

시끌벅적하게 큰소리 내며 응원하는 후배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한 것은 자신의 자녀가 시험을 잘 치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교문 앞에 서서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이었다.

 

자녀가 시야에서 사라져도 부모는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더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17일 오전 수원 영복여고 교문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의 도시락을 경찰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강현수 기자) 
▲ 17일 오전 수원 영복여고 교문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의 도시락을 경찰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강현수 기자) 

 

큰 시험을 앞둔 탓일까. 도시락이나 시계 등 준비물을 놓고 와 부모를 애태우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수원 영복여고 앞에서는 한 어머니가 헐레벌떡 달려와 교문 안으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학교 경비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수험생인 자녀가 도시락을 놓고 간 것이다.

 

경비가 “(수험생이) 직접 내려오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애가 연락이 안 돼요. 핸드폰이 없어요”라며 안절부절했다.

 

그러자 경찰이 “저희가 갖다 드릴게요. 몇 반이에요”라고 물었고, 경찰에게 도시락을 건넨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험생 자녀를 배웅한 뒤 돌아서는 길에 ‘시계를 놓고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학부모는 교문 앞 서 있는 교사에게 “아이가 시계를 놓고 왔다는데, 제가 가져올 테니 전달 좀 해주세요. 어떻게 안 될까요”라며 부탁했다. 학부모는 20여 분도 채 안돼 시계를 가져왔고, 학생이 직접 내려와 시계를 받아 갔다.

 

이밖에 신분증을 놓고 와 수험장에서 교문 앞으로 뛰어나온 학생도 있었다. 경찰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묻자 “제가 신분증을 놓고 와서 지금 아버지가 갖고 오고 계세요”라고 했다.

 

입실 완료 시간보다 10분 뒤늦게  도착한 수험생. (사진=강현수 기자)
▲ 입실 완료 시간보다 10분 뒤늦게  도착한 수험생. (사진=강현수 기자)

 

입실 완료 시간인 오전 8시 10분이 넘어서자 각 학교는 정문을 폐쇄했고, 학교 앞에 대기하던 경찰과 모범운전자들은 철수했다. 문이 굳게 닫힌 뒤에 오는 수험생도 있었다.

 

경비원은 “수험생? 왜 이렇게 늦었어. 얼른 올라가”라며 문을 열어줬고, 학생은 황급히 뛰어 올라갔다.

 

17일 오전 수원 돌마고에서 방역 요원의 안내에 따라 수험생들이 입실 전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정해림 기자)
▲ 17일 오전 수원 돌마고에서 방역 요원의 안내에 따라 수험생들이 입실 전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정해림 기자)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올해도 방역이 철저하게 이뤄졌다.

 

예년처럼 발열체크를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수험생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으며 학교 건물 1층 로비에서 방역 요원의 안내에 따라 손 소독을 한 뒤 입실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도내 방역요원은 일반 시험장에 4명 씩, 별도 시험장에 2명 씩 총 1376명 배치됐다.

 

한편 이날 경기도에서는 수험생 14만 6623명이 응시한다. 재학생 9만 5374명, 졸업생 4만 6148명, 검정고시 지원자 5101명이다. 고사장은 총 357곳으로, 일반시험장 331곳 별도시험장 26곳 병원시험장 2곳이다.

 

[ 경기신문 = 강현수·박진석·정해림 기자, 이설아·정준혁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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