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올해에도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유도를 위해 대출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간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만큼은 가계부채 문제 급증을 막기 위해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를 상대로 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LTV 상한을 30%로 적용하는 등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으나 DSR 규제만은 유지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현행 DSR 규제만 유지한다면 금융회사가 개별 차주의 빚 상환 능력을 철저히 심사하는 관행이 정착돼 LTV 완화 등 다양한 대출 규제 완화책을 동원하더라도 가계 대출의 건전성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규제나 지원 방안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DSR은 가계 부채 관리를 해야 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12월 기자들에게 부동산 규제 완화 중에서도 DSR은 현재 완화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지표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후 부동산 대출 규제의 단계적 정상화 계획을 밝히면서도 그해 7월부터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한 3단계 DSR만큼은 예정대로 시행한 바 있다. 3단계 DSR 규제는 DSR 적용 대상을 총대출액 1억 원 초과 개인 대출자로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2단계 DSR 규제는 총대출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지 않도록 했는데 이를 1억 원 초과 개인 대출자로 확대함으로써 규제를 강화했다.
한편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당국은 은행들로부터 다음 해 가계대출 증가액과 증가율을 구체적인 수치로 받고, 목표치 조정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히려 유명무실해진 가계대출 총량관리보다 취약차주 보호, 연착륙에 방점을 찍겠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 급등에 따른 취약 차주 보호와 연착륙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은행들에 증가율 목표 관리, 영업 계획 등 업무 계획은 받지만 예전처럼 총량 관리 규제가 유지되는 기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해 시장연동형 금리 도입을 통해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100만 원 한도 내에서 긴급 생계비 등을 대출해주는 등 정책 서민금융도 확대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